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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통위 금리 딜레마 …매가톤급 대외악재 vs 물가불안
금융통화위원회가 또 다시 진퇴양난에 처했다.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물가를 고려하면 이달에는 반드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메가톤급 대외악재가 터지면서 골머리를 싸매게 생겼다.

올들어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를 넘는 고공행진 속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데는 유럽발 재정위기 확산과 미국의 더블딥ㆍ중국의 긴축 우려 같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특히 김중수 한은 총재가 대외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게 사실이다.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걸로 점치는 분위기가 절대적이었다.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 상승해 시장의 예상치(4.4%)를 웃돌았고, 식품류와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3.8%로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가 더해지면서 정부와 통화당국의 정책공조 차원에서도 금리 인상을 의심할 순 없었다.

또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수출이 사상 최초로 월간 기준 500억달러를 돌파한 것도 인상의 근거로 제시됐다. 여기에 유럽의 국가채무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고 지난 1일 미국의 부채협상 타결로 디폴트 위험에서 벗어난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 주말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스탠더드 앤 푸어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세계증시의 바로미터가 돼 버린 한국 주식시장은 주초부터 패닉상태에 빠졌고, 주가와 통화가치, 채권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지난 2008년 8월 리먼사태 때 못지 않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리먼사태 이후 국내 경제는 수출이 감소하고 투자와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실물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경험했다. 이번에도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현실화되고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이 더해지면 리먼사태 때와 같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다간 소비와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금통위는 전대미문의 대외악재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 우려와 물가불안이라는 양립불가능한 두가지 변수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대신증권 김의찬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기대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 목표의 상단인 4%에 도달했고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의 둔화를 낙관할 수 없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여건은 충분히 조성돼 있다”며 “하지만 미국의 경제지표가 급격히 둔화되고 신용등급이 햐향조정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아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통위는 미국의 FOMC(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회의 결과가 알려진 다음날인 11일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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