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이 손상되는 것이 아닌 만큼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출기업들의 달러 결제 비율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공업, 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은 3년 전 키코(KIKO) 사태의 학습효과로 노출된 달러는 모두 100% 헤지를 한 상태라 당장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달러 약세로 인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어 추가적인 원가절감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선업계의 경우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선주가 발주를 늦출 수 있어 달러 약세가 업계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달러 헤지 역량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은 가격경쟁력 하락은 물론 매출 감소 위협을 받고 있다. 키코 사태로 은행의 헤지 상품 가입을 망설이다 보니 환율 변동에 따른 대책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수출 중소기업은 달러 결제 비율을 대폭 낮추고 엔화나 위안화로 결제통화를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철강 등 원자재 수입이 많은 업체들은 달러 약세로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겠지만 원료의 수입 가격은 내려갈 수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2~3배로 급등하면서 원가부담이 컸는데,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어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원료 구입을 위한 달러 조달도 상대적으로 쉬워져 원료 수입은 가급적 달러로 결제한다는 방침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한다고 해도 기축통화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기 때문에 아직 이와 관련한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대금 결제자나 은행권에 결제통화를 위안화나 엔화, 유로화 등으로 바꾸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shin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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