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5만원권 유통잔액이 처음으로 1만원권을 추월했다. 나온지 2년도 안됐는데 현금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심권종’이 됐다는 의미다. ‘고액권이 발행되면 음성거래 자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한국은행은 “5만원권 유통잔액이 현재(3월 2일 기준) 20조1076억원으로 발행 후 1년 9개월만에 1만원권 유통잔액(20조761억원)을 넘어섰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5만원권 유통비중은 전체 금액의 47.2%에 달한 반면, 1만원권은 47.1%로 5만원권 발행 전 유통비중(92.2%)보다 무려 45.1%포인트나 하락했다.
5천원권은 1조1107억원으로 2.6%, 1천원권은 1조3191억원으로 3.1%를 차지했다.
1970년대 1만원권과 5천원권이 나왔을때와 비교해보면 5만원권의 유통비중은 훨씬 빠르게 늘어난다. 유통비중이 20%를 넘기는데 5천원권은 10개월, 1만원권은 17개월 걸렸다. 그러나 5만원권은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 1만원권과 5천원권을 합한 유통비중은 발행 후 1년 정도 지나자 점차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5만원권 유통비중은 13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꾸준히 상승세다.
원인은 고액권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규모가 확대되니까 당연한 일이다. 큰 손이 쓰기 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5만원권은 10만원권 자기앞수표 수요의 상당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10만원권 자기앞수표의 일평균 결제금액은 2292억원으로 5만원권 발행 전인 2009년 상반기보다 1028억원(30.9%) 감소했다.
5만원권을 입출금할 수 있는 CDㆍATM 보급이 확대된 것도 5만원권 이용을 늘린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CDㆍATM기 약 4만9000대 중 5만원권을 입출금할 수 있는 기기비중은 2009년 6월말 4.6%에서 지난해 6월말 20.4%로 15.8%포인트나 상승했다.
한은은 지난 2009년 6월 5만원권 발행을 개시했다. 당시 시중에서는 ‘그런 고액권을 발행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또 ‘쉽게 전달할 수 있어 음성거래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수단이 바뀐다고 해서 음성자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설득했다.
5만원권이 중심권종이 됨에 따라 화폐 발행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5만원권 발행비용은 1만원권보다 1.5배 정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국민들의 현금결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줄어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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