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로만 본다면 우리나라 산업경기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올 들어 생산, 소비, 투자 할 것 없이 대부분 경기지표의 그래프는 위를 향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물가에 원자재난에 앞으로 좋을게 없다.
3일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4.8%, 바로 전달에 비해 4.6% 늘었다. 작년 12월 광공업 생산 증가율이 전년 동월비 10.6%, 전년비 3.1%였던 것에서 수치가 한층 나아졌다. 설 명절 특수 영향도 컸고 수출, 내수가 동시에 좋아졌다는 점도 경기 회복에 영향을 끼쳤다. 그만큼 공장도 활발히 돌아가고 있다. 올 1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4.8%에 달했다. 198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6% 늘었고, 소매판매 역시 10.8%나 증가했다. 투자 상황도 나쁘지 않다. 금년 1월 설비투자는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22.3% 증가했다. 건설부문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년 동월 대비 건설기성은 8.0%, 건설수주는 33.9% 감소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앞으로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 상승률은 올 1월 3.0%로 전달에 비해 0.2%포인트 올라갔다.
하지만 이들 지표는 중동지역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번지기 전에 매겨진 것이란 점을 잊어선 안된다. 지난 1월까지 괜찮았다는 얘기지 올 2월 이후에도 쭉 좋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중동발(發) 정세 불안과 이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 등 앞으로 국내 경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악재가 산적해 있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단 유가 상승의 원인이 중요하다”면서 “경기회복에 따른 (석유) 수요 회복이라면 경기에 좋겠지만, 공급 충격에 의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원은 최근 이 두 가지 요소가 혼재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 사태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가 앞으로 경기 흐름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재정부는 ‘산업활동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1월 산업활동 지표 호조는 설 명절 효과가 일부 선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2월 다소 조정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과 국제유가 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에 따라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재정부는 지적하면서 “중동 정세 불안, 중국 긴축 가능성,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소지 등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하방 위험이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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