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되기 전에 대규모 자금을 거래하는 기관투자자에게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김경순 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투자자 유형별 거래형태와 정보력 결정요인’ 보고서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의 ‘검은 거래’ 의혹을 분석적으로 제기했다.
김 연구원이 내세운 검은 유착의 정황은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표 전에 이뤄진 투자 주체별 반응 차이였다.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에 투자 주체들의 시장 반응을 조사해봤더니 기관이 개인이나 외국인보다 더 큰 반응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표일의 평균 주가와 거래량 반응이 연평균보다 커 보고서가 정보력을 갖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발표일 이전부터 주가 및 거래량 반응이 나타났고, 특히 기관의 사전거래반응이 다른 투자자보다 크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정보 누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관투자자의 거래량은 보고서 발표 전 연평균보다 20% 증가했으며 발표일에는 45% 늘어났다. 개인과 외국인은 발표 전에 각각 13.6%와 9.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개인과 외국인보다는 기관에 정보가 미리 건네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추론케 하는 대목이다.
발표 당일에는 개인의 거래량이 51.6%, 외국인 거래량이 28.1% 증가해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 평가가 주가에 이미 반영되고 나서 개인들이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이는 증권사 리포트를 순진하게 믿고 해당 종목에 투자한 개미들의 수익률이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외국인은 애널리스트들의 이러한 모럴 헤저드를 불신한 듯 보고서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연구는 2005~2009년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나온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225개를 표본으로 연도와 기업별로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표일의 평균 주가 및 거래량 반응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작성됐다.
<최재원 기자 @himiso4> jwcho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