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인플레억제 속앓이
유류세 인하는 실효과 미지수
무상복지·전월세난도 미궁속
단기적 목표보다 유연성 절실
정부가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비우호적으로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으로 주요 경제 정책에서 어느 것 하나 선택이 쉽지 않은 최악의 딜레마에 빠졌다. 올해 정부가 목표한 ‘5% 성장과 3% 물가’라는 목표는 더이상 양립이 불가능해 보인다.
이 때문에 양립이 불가능한 정책 목표를 무리하게 쫓기보다는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성장세 위축이 함께 발생할 경우 정책을 쓰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2일 긴급 소집된 물가안정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도 향후 대책으로 ▷농축수산물 수급안정 ▷공산품 등 경쟁촉진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 및 유통구조 선진화 ▷공공ㆍ서비스요금 안정 등 그간의 대책을 되풀이하는 선에 그쳤다.
대외발 물가불안에 대처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직원에 보낸 편지에서 “정부의 정책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불안하고 내부적으로도 구제역, 물가, 전셋값 등 어느 것 하나 엄중하지 않은 게 없다”고 말했다.
두 달 연속 물가가 급등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지만 경기와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인상이 만만치 않다. 기준금리가 경기부양과 인플레 억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 등은 “야당은 책임지지 못할 무상복지 시리즈만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복지는 아무리 이상적인 목표가 있어도 합리적인 재원조달 계획이 없으면 무의미하다”고 말한 반면,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복지는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로 시혜ㆍ선별적 복지에 머물러선 안된다. 재정ㆍ조세ㆍ복지제도 개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보편적 복지의 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ㆍ월세난과 매매난 역시 동시에 해결이 불가능한 정책목표다.
한나라당은 전ㆍ월세난 해결을 위해 정부에 공급 확대와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주문한 반면, 민주당은 임대ㆍ소형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논란이 뜨거운 유류세 인하도 비슷한 경우다.
정유업계는 급등한 국제유가에 대응해 유류세부터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로서는 세수만 축나고 실제 효과는 별로 없는 유류세 인하카드를 꺼내기 어렵다. 오히려 유류세 인하 등의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최근 논란이 가열된 이슬람채권(수쿠크) 사태는 엉뚱하게도 종교계 갈등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정부와 국회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수와 수출, 제조업과 서비스업, 청년실업과 노령자 고용 등도 균형을 맞추기는 어려운 정책이다.
김형곤 기자/kim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