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찾은 진관동 4단지 힐스테이트. 입주 6개월이 지났지만 단지내 상가의 점포 대부분이 비어있었다. 북한산 둘레길을 찾아온 등산복 차림의 탐방객만 눈에 띌 뿐 아파트 단지 일대도 유난히 한산했다. 전체 1100가구 중 150여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특히 166㎡ 대형평형으로 이뤄져있는 420~422동은 미분양이 수두룩해 그야말로 ‘불꺼진 아파트’다. 3지구 내 근린상가를 분양 받은 김 모씨는 “체감하는 실제 입주율은 절반 안팎”이라며 “슈퍼, 세탁소 등 필수적인 근린상가를 제외하고는 배후수요가 없다보니 텅텅 빈 상점이 많다”고 귀뜸했다. SH공사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1~3지구 720여채가 미분양분으로 남아있다. 특히 전체 미분양 중 90% 이상이 134~167㎡ 대형평형에 몰려있다. 분양가 7억대 초반~9억대 후반으로 서민들이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대형은 여전히 악성 미분양으로 남아 전세시장에 나오지 조차 못하는 것.
강북지역 신흥주거단지로 떠오른 은평뉴타운. 3여년간에 걸친 1만 6000여세대의 입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전세매물이 열손가락안에 꼽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은평뉴타운 10단지 전경. |
반대로 분양이 완료된 중소형은 ‘없어서 못파는’ 실정이다. 전세물건은 씨가 말랐다.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입주 2년차인 1단지는 총 1800세대 규모지만 통틀어 등록된 전세물건은 4~5건에 불과하다. 시세는 박석고개힐스테이트 79㎡형은 2억 2000만원, 110㎡는 2억 4000만~2억 5000만원선이지만 물건이 없어 거래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대부분 재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실거주수요가 높은 중소형은 단지별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매물이 없다보니 실거래도 드물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진관동에서 계약된 전세건수는 각각 23건, 12건에 그쳤다. 매도편의를 위해 일부 집주인이 전세놓기를 꺼리면서 전세기근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분양가의 80%에 이르는 잔금처리를 위해 매매를 선호해서다. 버티고 있다 매수자가 나서면 잔금을 치뤄 분양권 웃돈을 챙기겠다는 것. 이에 10단지(총 334가구) 금호 어울림의 경우, 지난 1월 입주기간이 끝났지만, 전세 물건은 단 한건도 없다.
진관동 M부동산 관계자는 “서민에게 대형평대 아파트는 전세라도 관리비 부담 등으로 언감생심 접근이 불가능하다”며 “은평뉴타운에서 중소형대 전셋집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대형아파트는 빈집이 넘쳐나는 양극화현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현 기자@kies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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