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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머니스토리> 줄 서면 망하는 ‘여의도의 법칙’
‘세력이 있어 찾아오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뜻의 문전성시(門前成市)란 말의 기원은 사실 그리 썩 좋지 않다. 옛 중국 전한 말기 간신배들이 충신을 모함하기 위해 지어낸 말에서 유래했다. 모함당한 충신의 권력을 경계한 어리석은 황제는 결국 그를 죽이고 만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봉이 김선달은 평양 장삿군 몇을 꾀어 대동강물을 파는 척한다. 사람들이 많이 거래하는 것을 눈으로 본 한양 상인들은 대동강물을 통째로 사려들고, 결국 봉이 김선달 만 대박을 친다.

지난 10여년간 여의도에서 ‘줄 서서’ 투자한 이들은 열에 아홉 낭패를 봤다. 뭔가 ‘떳다’고 해서 앞다퉈 돈을 넣었지만, 결국엔 뒷북투자였고 원금을 날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1999년 바이코리아, 2000년 IT버블, 2005~2006년 차이나펀드 열풍 그리고 2007년 인사이트 펀드까지. 돈 번 것은 막대한 판매보수를 긁어들인 증권ㆍ은행과, 운용보수를 받은 운용사 뿐이다.

그런데 역사는 랩어카운트에서 반복되는 모습이다. 사실 자문형랩으로 가장 재미 본 이들은 작년 초 코스피가 1600안팍일 때 투자를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이 그때와 같을 리 없는데, 요즘 가입하는 이들까지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는 게 문제다. 금융위기로 인한 반등장은 이제 끝났다. 중동의 정정불안에 따른 스테그플래이션 우려에다 기업이익도 정점을 지나 정체다. 무엇보다 수급의 열쇠를 쥔 외국인이 이탈하고 있다.

2007년 펀드를 통해 증시에 뒤늦게 뛰어든 국내자금은 고스란히 차익실현하는 외국인 주머니로 들어갔다. 최근 국내 기관과 개인이 증시로 돌아오고 있지만, 외국인은 역시 이틈을 이용해 차익실현 중이다.

지금 자문형랩 매니저들은 과연 외국인들에게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들 대부분은 2007년 당시 내로라하는 펀드매니저였지만 외국인에 참패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투자판에서 가장 중요한 ‘자금력’이 절대 열세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들은 공매도, 프로그램, 선물옵션 등 투자기법도 다양하다.


반면 국내 자문사들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사거나 팔거나 뿐이다. 공매도도 선물옵션도 제한적이다. 외국인들은 자문형랩이 어떤 종목을 사고 파는 지 훤하게 꿰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적립식랩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적립식 전략은 같은 투자대상을 꾸준히 매수해 시장부침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런데 랩은 그때그때 가장 유망한 자산으로 자산배분하는 게 원래 목적이다. 따라서 적립식랩은 같은 자산에 계속 투자한다는 것으로, 고유의 기능인 유망자산에 대한 판단을 포기가 전제되야 한다. 자문형랩이 돈이 되니 고액자산가뿐 아니라 서민의 돈까지 벌어들이겠다는 일부 자문사와 증권사의 ‘검은 속’을 엿볼 수 있다.

지금은 종목집중으로 고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위험을 관리할 때다. 묻지마식 랩 투자, 이제는 그만하자.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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