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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예보 공동계정 문제, 국회 처리 시급하다
효율적 기금관리 가능

금융소비자 신뢰 강화

보험료 부담도 최소화

공동계정제 도입 서둘러야

<신성환 홍익대 경영대 교수>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중 공동계정제도의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공동계정제도는 시스템 리스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권역별로 적립되고 있는 예금보험기금에서 별도로 공동계정을 신설하는 제도로서 금융소비자의 금융안전망에 대한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비록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가 현재의 예금보험제도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공동계정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미래를 위해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한다. 

일부 금융권에서 공동계정제도의 도입으로 저축은행권에 대해 특혜를 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예금보험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시될 수 있는 주장이다. 정부가 각 금융권역에 부과하는 예보료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통상적인 상황에서 예상되는 대위변제를 충당하기 위한 보험료이고, 다른 하나는 극단적 사태에서의 대위변제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료이다.

전자는 덧셈의 법칙(law of additivity)이 적용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대위변제 금액이 저축은행권은 1조원이고 은행권은 2조원이면 통상적 대위변제를 위해 필요한 총 금액은 3조원이 된다. 이 부분은 권역별로 관리되든 공동으로 관리되든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극단적 사태에서의 대위변제 부분은 얘기가 다르다.

극단적 사태에서의 대위변제란 이론적 개념인데, 이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위변제를 의미한다. 만일 극단적 사태에서의 대위변제 금액이 저축은행권은 10조원이고 은행권은 50조원이면 극단적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총 대위변제 금액은 60조원보다 작아진다. 이는 저축은행권의 극단적 사태와 은행권의 극단적 사태가 항상 같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부분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공동계정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금의 고갈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공동계정제도를 먼저 도입한 영국의 경우 이 제도의 도입 목적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효율적 기금관리를 통한 금융소비자에 대한 신뢰 제고였다. 영국에서는 2000년대 초중반 연금의 불완전판매, 손해보험회사의 부실, 투자전문 자문 브로커들의 파산 등으로 인해 예보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또 금융의 겸업화로 인해 한 권역에서 발생한 부실이 다른 권역으로 전이되는 시스템 위기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에서는 2008년 4월 공동계정제도 도입을 중심으로 한 예보제도의 개편이 단행됐다.

국내에서 공동계정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권역별 형평성의 문제와 감독 소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일리가 있는 주장이고, 공동계정제도 도입 후 이러한 문제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제도 운영에 세심한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권역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역별 적정 보험료 산정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또 정책당국, 감독당국, 예금보험공사 간의 공조체제가 공고히 구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예보제도는 금융기관의 부실이 발생하였을 때 금융소비자에게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예금을 보호해주는 제도로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금융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예보기금이 쉽게 고갈되고 그때마다 납세자에게 공적자금이 요청된다면, 예보제도가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힘들 뿐만 아니라 납세자도 공적자금 투하를 쉽게 동의해주기 어려울 것이다. 예보제도는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계정제도는 이를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금융기관, 정책당국, 국회는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조속히 공동계정제도 도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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