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크릿가든’ 종영이후 사라졌던 ‘김주원 사장’이 여의도에 다시 나타났다. 24일 한국금융지주가 김남구 사장의 부회장 승진으로 생긴 공백을 김주원 부사장을 승진발령시키며 메웠기 때문이다.
김주원 신임사장은 드라마 속 현빈과 이름 뿐 아니라, 오너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빼닮았다. 현빈이 오너 일가라면 김주원 사장은 동원증권의 한투증권 인수 전부터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의 ‘복심(服心)’으로 통해왔다.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운용지주 등 계열사 사장을 거쳤지만, 그룹 핵심계열인 한국증권이나 한국운용을 거치지 않고 바로 그룹의 최정점인 지주사 사장에 오른 점에서 그에 대한 김 부회장의 신임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김 사장은 한국운용과 한국밸류운용을 지배하는 중간지주사인 한국운용지주의 대표이사 사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지주사와 증권사 부회장 직함을 동시에 가진 김남구 부회장을 제외하면 두 개 이상 회사에서 최고경영자 직함을 가진 경우는 김 사장이 유일하다.
김 사장은 그 동안 김 부회장을 보좌하며 보이지 않게 그룹의 안살림을 도맡아 왔지만, 이번 사장승진으로 경영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등을 제치며 증권업계 시가총액 4위에 오를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한국증권 외 계열사의 기업가치는 여전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절대적인 외형에 있어서도 삼성, 대우, 우리 등 이른바 빅3에 비해 아직은 다소 열세라는 평가가 많다. 김 사장이 지주사 사장으로서 풀어야할 숙제다.
특히 올 해 만기가 도래하는 베트남펀드의 연착륙이나, 랩어카운트와 펀드간의 이해조정 등 증권과 운용 등 여러 계열사에 걸쳐 얽힌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취임 첫해의 특별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대우건설, 동원증권 출신의 박래신 한국증권 전무가 한국밸류운용 사장으로 선임된 점도 눈길을 끈다. 박 신임 사장은 자산운용사 경험은 없지만, ‘뱅키스’ 등 영업부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데다 1989년부터 동원증권에서 일해오며 김 부회장의 신임도 두텁다. 최근 수익률 부진으로 정체된 한국밸류운용의 성장동력을 재가동시키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는 남영우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한국증권은 각각 법인과 개인영업 부문을 담당한 임춘수, 김정관 전무를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2007년 유상호 사장 체제 출범이후 첫 부사장을 탄생시켰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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