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심 원칙…주민과 소통 노력
60%대 고객만족도 지난해 86%로
“단돈 1000원짜리 물건을 구매해도 하자가 있으면 수리받는 게 고객들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철저한 사후관리로 임대주택 ‘불만제로’에 도전하겠습니다.”
조경래(57ㆍ1급·사진) SH공사 주거복지처장은 단순 공급 수준에 그쳤던 SH공사의 임대주택에 처음으로 ‘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현재 SH공사 주거복지처에는 5개팀, 308명이 근무하며 이들은 서울시내 20만가구(임대주택 12만여호, 분양주택 7만여호)의 각종 민원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1978년 서울시 7급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조 처장은 정년을 2년 남짓 남겨둔 지난해, 고객서비스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았다.
89년 640호에 그치던 임대주택이 20년 사이 200배가량 급증하면서 장판ㆍ도배에서 주방기구 교체에 이르기까지 입주민의 민원이 쏟아졌다. 2007년 8000건 수준이던 불만 접수 건도 3년 새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장기전세주택 저품질에 대한 각계 비판이 이어지면서 내부에서 고객만족도 제고 필요성이 제기됐던 것.
그는 “고객서비스를 각 팀에서 담당해 각개전투식이다 보니 효율적 대응이 어려웠다”며 “특히 시설, 관리에 불만을 품은 일부 입주민에게 구타를 당하는 직원이 나올 정도로 현장에서 애로 사항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한국 사회에서 ‘내 집’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각별한 데다 고가의 재산이어서 입주민 눈높이에 맞추기가 녹록하지 않았던 것.
이에 조 처장은 손수 개인 명함부터 새로 만들었다. 딱딱하고 공식적인 이미지를 깨기 위해 푸근한 인상의 캐리커처를 넣은 세로형을 채택했다. 그는 “ ‘현장 중심’을 업무 원칙으로 정해 최대한 직접 만나 소통하려 노력했다”며 “민원인과의 첫 대면에서 캐리커처로 물꼬를 터 수월한 대화 진행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객 접점도 대폭 확대했다. 현재 SH공사는 서울시내 8개권역에서 통합관리센터를 설치ㆍ운영하고 있다. 단지 내 입주지원센터를 설치해 하자 민원을 즉각 처리하는 한편, 무료 영정사진 행사, 전자도서관 구축, 시프트 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사후 대응뿐 아니라 비포서비스(BS)도 강화했다. 200여명 규모의 주부모니터단이 그 일환이다. 주부의 눈높이에서 3단계에 걸쳐 입주 전 사전 점검을 실시해 하자 요인을 미리미리 제거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 10년 가까이 60%대에 머물던 고객만족도(서울시 조사)는 2009년 77%에 이어 지난해 86%로 껑충 뛰어올랐다.
조 처장은 “향후, 임대와 분양의 동등한 마감재 시공, 민간 품질 트렌드의 상시 모니터링, ISO9000 국제 품질 시스템 적용 등을 통해 임대주택의 품질을 한 차원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공직자는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는지를 늘 고민해야 한다”며 “뚜렷한 방향성과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현 기자/ ki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