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쇼크’가 환율의 변동성을 다시 키우고 있다. 대외 충격이 있을 때마다 환율이 심하게 출렁거리는 고질병이 도져 기업에 부담을 주고 물가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월 들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하루에 5~11원까지 움직이는 날이 많아지는 추세다. 전일 대비 등락률로 보면 0.5~1.0% 수준이다. 리비아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긴 지난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9.50원(0.85%) 상승했고, 전날(21일)에도 0.54% 올랐다. 지난 11일에는 하루에 11.55원(1.03%)나 상승해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달러 환율 변동성(전일 대비 변동률 기준)은 0.60%로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 신흥국가 중 4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의 환율 변동성은 1990~1997년까지는 0.2% 수준이었다. 2007년 1월부터 2008년 9월 리먼사태 이전까지 0.34%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는 1.69%로 급등하며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3번째로 높아졌다. 지난해는 천안함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게 환율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었다.
환율 변동성 확대가 외환시장 거래규모를 증가시키고 경제의 대외 흡수능력을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과도하면 기업의 수익과 비용 관련 불확실성을 키워 수출과 투자를 감소시킨다. 더욱이 환율 상승기에는 수입가격을 상품가격에 전가시키는 비율이 커져 물가불안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한은은 환율변동성이 1%포인트 증가하면 수출금액은 7.1%포인트 줄어들고, 수입물가는 2.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정부는 해외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 위해 외국계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축소하는 등 우리 경제의 환변동 능력을 높이는 조치를 취해왔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해외 자본이 급격한 유입이 문제였다면 올해는 신흥시장에서 선진국으로 자본이 유출되고 있어 자본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는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며 “결국 외환시장의 거래구조를 선진화하고 경제 주체의 환변동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게 근본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오전 9시 30분 현재 전일 대비 0.60원 오른 1128.20원을 기록 중이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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