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등 신흥국이어 美까지
지구촌 인플레 우려 불구
곡물 등 일시적 요인 기인
투자심리 위축될 필요없어
요즘 투자자들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다. 중국 등 신흥시장 전반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지난 17일에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의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월가 추정치를 상회하자, 이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경보등이 켜졌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유는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경기를 위축시킨다는 실물적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책 금리가 인상되고 이로 인해 투자의 기대수익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 보인다.
장기적으로 보면 글로벌 경제가 점차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들이 금융위기 극복 등의 이유로 지속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섰고, 과거 낮은 물가를 가능하게 했던 중국 및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생산비도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당장의 투자심리에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첫 번째 이유는 현재 글로벌 경제의 지역별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압력이 혼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했고,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조치에 힘입어 지난해를 기점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환됐다.
반면 기존의 선진국들은 금리와 물가지수 상승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2012년 이후로 여유 있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둘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지역의 물가지표를 보면 수요보다는 공급 쪽의 불안 요인이 크다. 연료나 식품을 제외한 핵심 물가 상승률은 훨씬 안정적이다.
중국 등 신흥국들의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실물경기 회복 속도 요인도 있겠지만 선진국에 비해 식료품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데서 기인한다. 최근 작황 부진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격 상승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은 추세적이기보다는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자재나 농산물 가격의 상승 추세가 일정 기간 지속된다 하더라도 금리인상과 같은 거시적인 정책 조정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근 정부가 밀ㆍ옥수수 등의 곡물을 미리 비축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지 모른다.
신흥국들이 긴축정책 위주로 물가를 안정시킨다면 더더욱 비효율적이다. 향후 긴축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을 하게 되는 이유다.
물가에 대한 우려로 어느 정도의 금리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그에 대한 대응 강도는 감당할 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