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우려 저축은행의 실명까지 공개한 금융당국의 극약처방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시 경험했던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뱅크런)의 주변 확산이 17일 부산ㆍ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 직후에는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부산ㆍ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 직후 서울소재 대형저축은행 19개사에서 인출된 예금규모는 총 14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첫날 유출된 2740억원보다 1284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이들 중 대형사 6개에는 오히려 예금이 145억원이 유입되는 등 당초 우려했던 뱅크런의 확산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당국의 극약처방이 효과를 보고 있는 상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부산ㆍ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부실 우려 저축은행 10개 사의 실명을 공개한 후 나머지 94개 저축은행에 대해선 올 상반기 중 영업정지조치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불안이 자칫 멀쩡한 우량저축은행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
이같은 당국의 극약처방이 나온 이유는 지난 1월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일주일 간 서울지역 20여개 저축은행의 예금인출이 2000억원에 이렀기 때문이다.
예금자들의 불안이 금융리스크로 악화된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배수진과 지난 반기 일부 저축은행의 호실적 등으로 인해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시의 뱅크런은 발생하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지역 내 한 대형저축은행은 이날 평소보다 2배 가까운 예금이 오히려 유입되기도 했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산ㆍ대전 저축은행의 영업정지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되진 않는 분위기”라며 “평소 일 평균 100억원 규모의 예치가 되고 있지만 17일엔 200억원에 가까운 예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삼화저축은행 당일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하면서 시장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내주까지 이번 영업정지 여파가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wbohe> boh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