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석화’ 란 이런 것이었다. 준비와 계획은 여러날 이었겠지만 처리와 조치는 단 하루만에 내려졌고 순식간에 단행됐다. 뱅크런은 없었다. 시한폭탄 같던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그렇게 가닥이 잡혔다.
17일 부산저축은행 등의 부실에 대한 보고를 받은 그는 새벽까지 날밤을 새며 처리방안을 마련했다. 영업정지 조치 뿐만 아니라 나머지 부실이 우려되는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자구노력 확약까지 받아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처신은 단호했다. 지난 1월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당시 발생한 뱅크런을 경험한 그는 사태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부실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예금자들의 불안감에 기인한 뱅크런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당국의 확실하고도 신뢰감 주는 조치만이 유일한 방법이란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조치의 효과를 결정하는 건 속도와 범위다.
그는 부산저축은행 계열을 포함해 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10군데 저축은행의 실명을 공개했다. ‘극약’ 처방이다.
금융당국이 어떤 이유에서든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던 관례를 깬 것이었다. 업체명 노출은 지나치다는 내부의견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흔들림없이 밀어부쳤다.
믿음과 신뢰를 위한 조치도 뒤따랐다. 나머지 94개 저축은행엔 금년 상반기 중 영업정지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예금자들을 향해 약속했다. 웬만한 배짱과 자신감 없이는 어려운 발언이다. 승부사의 기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업무 처리 스타일을 외과 수술에 비유했다. 건설현장 공사하듯 쿵쾅거리는 것은 그의 일처리 방식이 아니다. 환부가 어딘지 정확히 알고 메스를 들이대는 수술이 금융문제의 처리 방식이다. 그의 말처럼 수술은 당일 오후에 곧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을 제외한 나머지 저축은행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일부에선 오히려 예금이 평소보다 늘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위기 돌파의 첫 단추는 제대로 꿰어진 셈이다.
그가 누구인가. 위기 대책반장 아니던가. 게다가 이번엔 위원장이란 최고의 직함까지 붙었음에랴.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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