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줄기 생존의 빛을 찾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신규수주 급감, 미분양적체에 따른 유동성 악화에 더해 고급인력의 대규모 이탈로 정상적인 회사운용이 불가능할 정도다.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큰 중견건설업체는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신규 수주가 뚝 끊겨 자금유입 통로 자체가 막힌 업체가 적지않다. A건설은 워크아웃 돌입 반년이 넘도록 신규수주를 단 1건도 올리지 못했다. A건설과 시공능력이 비슷한 규모의 B건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관계자는 “위기감에 회사 분위기는 적막감만 감돌아, 그야말로 산중 절간”이라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자금젖줄이 돼준 공공공사 발주물량마저 줄어 자금경색이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공공공사 발주규모는 38조 2368억원으로 전년대비 34.6%나 감소했다. 해외진출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대형업체들의 네트워크, 기술력 등에 밀려 사업을 따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급 인력유출도 고민거리다. 3차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C건설사는 6개월 만에 220여명의 임직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 중 주택(현장포함)사업분야 인력이 절반을 차지했다. 올해 신규분양이 확정된 사업지는 경기도 안양 내 재건축(일반분양 물량 150가구)이 전부이며, 하반기는 계획조차 잡지 못했다. 한때 450명의 직원을 보유했던 D건설은 150명으로 조직이 쪼그라들었지만, 끝내 재기하지 못하고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엎치데 덮친 격인 인력난은 사업 진행에 발목을 잡기도 한다. F건설의 경우, 올해 수원, 파주 등 전국 5개 사업장에서 총 4900여가구의 신규공급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150여명의 인원으로 모든 사업을 꾸려나가다보니 복수사업장에서 분양을 진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F건설 관계자는 “직원 180여명을 감원하는 등 많은 고통을 겪어 왔다”며 “주택경기가 워낙 불확실한데다 일손도 부족해 1개 사업장씩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에 의해 유망사업지, 사옥 등 알짜 자산을 매각했고,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도 어려워 우량사업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중견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현 기자@kies00>ki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