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세 임차인 꼭 손해만 볼까?
제2금융권 이용때보다이자·비용 측면 오히려 유리
현재 주택임대시장에서 형성된 월세전환율(월세×12(개월)/전셋값-보증금)은 지역, 집크기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7~10%대다. 보증금이 적고 소형주택일수록 월세 전환율이 높아진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으로 월세에 대한 반감을 갖기보다 개인 신용도에 따른 금융비용, 대안 주거지, 전환율 등을 꼼꼼히 따져 결정하는게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목동 대림2차 아파트 112㎡형에 사는 김 모(35)씨는 최근 보증금 2억 5000만원에 월 30만원(월세전환율 7.2%)으로 임대차 재계약을 맺었다. 2년 전 2억 1000만원이던 전셋값이 3억원으로 뛰자 집주인이 반전세 전환을 요구했다.
반전세로 돌릴 경우, 순수 전세 대비 연간 60만원 가량을 손해보지만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목동 일대 월세전환율이 9%대라는 말을 전해듣자마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연 4~6%대. 대기업에 다녀 소득수준이 4000만원대인 김 씨가 전세금 상승분(9000만원)을 모두 신규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 연 6%를 적용받아 한해동안 총 540만원의 이자가 나간다.
반면 반전세 시 연간 비용은 4000만원 대출에 대한 연이자 240만원과 월세 360만원을 합쳐 총 600만원이 된다. 반전세가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전세 확산의 진원지로 꼽히는 잠실은 월세 전환율 6~7%가 기본이지만, 매물별로 차이를 보인다. 잠실 트리지움109㎡(구 33평)은 전셋값이 4억 5000만~5억원 안팎이다. 이를 반전세로 돌리면 세입자는 대부분 보증금 1억에 월 170만원, 1억 5000만원에 월1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월 150만~200만원을 내고도 반전세를 선택하는 이유는 교육등 주거목적이 분명한 경우다. 임대수요가 풍부한 대학가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은 통상 10~12%가 적용된다. 대학생 수요가 대거 몰려있는 서대문ㆍ마포구 홍대앞 일대는 9~10%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년간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부담에 월세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세가 유리하다. ‘근로자 ·ㆍ서민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연 4%(종전 4.5%),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대출’은 연 2%다. 다만 연소득, 무주택 세대주, 전용 85㎡ 이하 주거용 주택 등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대로 연소득이 3000만원 초과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제2금융권을 이용해야 하는 서민들은 월세가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저축은행 등은 6~13%의 이자율뿐 아니라 대출이자와는 별도로 대출금의 2%가량을 취급수수료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임대시장에 걸맞는 계약형태, 월세비율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연구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다만 소득대비 주거비용의 증가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시 주택본부 관계자는 “통상 30%에 이르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10% 후반대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의 주거비 비중은 현저히 낮은 편”이라며 “당분간 주거비용 상승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민현 기자/ ki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