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來 증가율 최대
금융당국 예대율 규제 효과
기업수익 대폭 증가 요인도
2년미만 단기상품에 집중
‘머니무브’ 조짐은 아직없어
지난해 금융권의 정기 예ㆍ적금 잔액이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 평균 800조원을 넘어섰다.
예대율 규제 등 당국의 정책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수익이 대폭 증가한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정기 예ㆍ적금 평균 잔액은 80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7조원(20.4%) 늘어난 것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로는 2000년(20.8%) 이후 가장 크다.
지난 2005년 2.5%에 불과했던 정기 예ㆍ적금 증가율은 2006년 5.0%, 2007년 6.3%, 2008년 12.0%, 2009년 14.9%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는 국내 통화량(M2)이나 유동성(Lf)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을 기록, 시중 자금을 대거 흡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금융시장국 김현기 차장은 “당국의 예대율 인하 목표에 맞추려고 은행권에서 적극적으로 정기예금 수신을 늘렸다”며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도 만기가 돌아오면 예금으로 돌리려고 애를 쓴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규제 대상 은행의 평균 원화예대율(평잔, CD제외)은 98.2%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2월 대비 14.2%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일반 은행의 평균 원화예대율 역시 98.0%로 14.1%포인트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원화대출금 2조원 이상인 은행 15곳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예대율을 100% 이하로 낮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폭 늘어난 예ㆍ적금은 주로 만기가 짧은 상품에 집중됐다.
전체 정기 예ㆍ적금에서 만기 2년 미만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0.3%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0년대 이후 가장 컸다.
만기 2년 미만인 정기 예ㆍ적금이 급증했지만 이 돈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진 않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예대율 규제를 충족한 은행들이 주력 상품인 예금을 두고 주식형 펀드 등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쪽으로 영업정책을 바꾸면 예금에 들어 있던 돈이 대거 주식 시장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편에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투자자들이 금리가 인상되는 초기에 예금에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빠르게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위험자산 선호도 증가 신호가 보인다는 점도 지적한다. 최근 뚜렷해지고 있는 채권시장의 위축을 그 첫번째 징후로 꼽는다.
신창훈 기자/ 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