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2/17일 오전 7시43분 장용동 논설실장 인터뷰 내용)
-손석희: 장용동 헤럴드경제신문 논설실장과는 작년 10월에도 전세문제로 인터뷰한 바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높았던 전세가가 매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었고 작년부터 무려 95주 동안 전세가가 오르고 있는데 전세 오름세가 시작된 건 언제부터라고 봐야하나요?
▲지난 2009년 2월부터 소폭 상승하기 시작,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부터입니다. 오름 폭도 그때부터 커지기 시작했죠. 외환위기 때도 마찬가지로 2001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 임대로 사는게 유리하기 때문에 전세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손: 게다가 오름폭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오름폭이 8월부터 커졌습니다. 당시 전세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개진했지요. 정부는 필요없다고 했지만요. 이때부터 오름폭이 커진 이유는 2008년 9월 이후 계약한 전셋집...2년만기가 도래, 재계약을 하면서부터 입니다. 다시 말해서 잠실 파크리오 입주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상황이라 역전세란이 야기돼 주변전세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했지요. 한꺼번에 대단지가 준공되면 흔히 있는 일입니다. 이것은 오른 가격에 재계약을 하다보니 전세가 뜀박질 현상이 생겼고 주변으로 전이되면서 더욱 확대된 것이죠.
-손: 대체 전세값이 왜 오르는지에 대한 원인분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세수요가 갑자기 많아져서인가요?
▲결국 수급불안입니다. 수요쪽에서 보면 집을 사도 값이 많이 안오르니 전세를 살고 싶은 것이지요. 주택가격 상승모멤텀이 부족해 너도 나도 전세를 찾아나선 겁니다. 일부 자금 여력이 되는 분들도 모두 집을 사지않고 전세시장에 가세하는 겁니다.
여기에 매년 기존 전세수요가 덧붙여 졌습니다. 예를 들면, 신혼부부 30만쌍, 분가수요, 젊은층은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에 아예 주택구입을 포기하고 전세로 돌아서는 거지요.
직장, 교통, 교육 등 문제로 변두리로 나가고 싶지 않은 수요도 포함, 도심권일수록 그리고 아파트일수록 전세구득난이 심한 상태입니다.
-손: 전세 공급 또한 줄고있는 것 같은데요?
▲수요가 폭발하는데 공급은 역으로 감소했습니다. 입주물량은 평소 대로 35만가구 정도에 달했는데 모두 대형위주였습니다. 소형이 크게 부족하게된 거죠.
특히 지난 2008년도엔 금융위기로 잠실 33평이 전세 3억. 당시는 역전세 현상까지 벌어졌는데 슬금슬금 전세가 올라가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거지요... 이젠 2년전에 받았던 전세보증금 보다 1억원 이상 차이가 커져 전세 안놓고 월세로 받겠다는 집주인이 늘어났습니다.
저금리 현상이 계속되니까 차라리 월세가 낫겠다는 생각에 전셋집이 월세집으로 전환된 것도 전세난을 일으킨 원인인 셈입니다. 실제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공급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82.9%로 나왔는데 현장에 가보면 월세는 많습니다.
-손: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한 멸실주택의 증가 등 그밖의 다른 요인들은 무엇인가요?
▲작년 재개발ㆍ재건축으로 멸실된 가구수가 4만9000입니다. 최근까지 10만가구 이상 멸실되고 있으니 잠시 거주할 주택이 필요해진거지요.
또한 신혼부부가 1년에 30만, 이혼부부 분가주택 등 소형주택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손: 과거엔 전세값이 집값을 견인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바에 따르면 집값이 오른다고 전망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그런가요?
▲누구한테 물어봐도 집값 전망이 신통치않다는데 있습니다. 주택시장 구조가 변했기 때문이지요. 소형은 일부 오를 수 있는데 중대형은 바람을 타고있질 못한 상황입니다.
집값이 너무 높게 형성되었다는 불안감에 주택보급률이 110%, 자가보유 60%... 이미 가질만한 사람은 다 가졌다더라 하는 의식이 팽배한거죠...자산구조도 부동산을 줄이고 금융자산 중심으로 전환이 시작됐고요. 젊은층은 아예 집살 엄두를 못내고, 이런 연유가 향후 집값에 자신감을 주지 못한데다 모멘텀을 형성하지 못하고 모두 전세로 돌아서는 겁니다.
-손: 이사철인 3월이 코앞이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급한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전세물량이 없는데 계속 수요자 지원책만 쓴다고 가능하진 않겠지요.
(2월 11일 대책 : 민간임대주택 공급 및 전세자금대출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2.11 대책 내놓음. -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전세자금대출 지원확대 방안.
연소득 3천만원 이하 무주택 서민으로 대상으로 하는 전세자금대출한도를 6천만에서 8천만원으로 높임. 연 4.5%를 적용하던 대출금리도 4.0%로 낮춤)
전세난의 근본적 원인은 매매시장 불안으로 매매 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함으로써 나타난 현상이 큰데 전세시장 불안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전세자금 지원 한도 확대 등 서민 전세부담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자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고요.
-손: 반전세가 늘어나고 월세가 증가하는 현상, 서울지역 전세의 8% 이상이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반전세나 월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월세가 늘어나고 있는데 계약 기준을 비롯한 제도가 전무합니다. 월세보호를 위한 대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월세 등록제’ 등이 있다면 사람들이 세금 무서워서 월세로 못바꿀 가능성 있습니다. 따라서 전세물량 늘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거죠.
한시적으로라도 상황이 급한 만큼 월세로 몰리는 부분을 막기 위해서 등록제 해봤으면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손: 장기적 대안도 필요합니다. 전ㆍ월세 상한제 등 임대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도 논의되고 있는데... 추가로 고민돼야 할 대책은 무엇인가요.
▲전ㆍ월세 상한제, 자칫하면 전세가 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고려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월세문제부터 해결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금은 저소득층 전세문제와, 강남지역 5억~6억짜리 전셋집 구하는 사람들의 전세난이 합쳐진 형국입니다. 모두 책임질 수는 없는거지요. 저소득층 전세문제부터 과감하게 자금지원하면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공공임대 역시 무조건 짓는다고 해결이 되는게 아니라 임대수요를 지역별로 파악해서 해당지역 생활권에 맞춰야 할 것입니다.
-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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