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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경기 위축속 기촉법 장기표류…‘부도 도미노’ 현실로
진흥기업 등 잇단 위기 업계 후폭풍
진흥기업 위기 왜?

2008년 대기업 품 안겼지만

공공발주 급감으로 타격

수혈불구 실적부진 못면해


건설업계 후폭풍

국회파행에 기촉법 장기표류

경영정상화 논의자체 안돼

‘ 제2 진흥’ 속출 위기


최종 부도위기에 내몰렸던 중견건설사 진흥기업이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진흥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건설업체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한때 업계순위 10위에 올랐던 진흥기업은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기구한 운명 속에서도 효성이라는 대기업 품에 안겨 회생하는듯 보였지만 극심한 건설경기 부진 속에 부실만 키우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진흥기업뿐만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주택경기와 사실상 중단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공물량의 감소 등으로 중견건설업체의 운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더군다나 부도 위기에 내몰린 중견 건설사들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지난해 말 시효만료되면서 연쇄적인 도산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 등에 업고도 고전하는 건설사=진흥기업은 2008년 효성에 인수되면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는 듯했다. 실제 효성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 진흥기업을 위해 2008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자금을 수혈했다. 각각 2008년 1월 790억원, 2009년 4월 1410억원, 2010년 7월 1600억원으로 이 중 효성의 몫은 2180억원, 전체의 60%에 달했다.

하지만 진흥기업은 이를 실적 개선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2009년 149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도 순손실은 559억원에 이르며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특히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공공 부문에 의지하는 ‘편식형 수익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공공발주가 급감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8000억원 가까이 되는 PF 대출도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미분양에 공사금마저 들어오지 않아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되는 기촉법이 뒷받침되지 않아 부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극심한 건설경기, 기촉법 공백 등 악재 겹친 탓
=중견건설사들은 여전히 미분양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진흥기업 역시 지난해 1~3분기간 민간도급 시공실적이 10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분양을 대부분 연기했다. 하지만 암초는 다 지어놓고도 입주가 안 된 준공 후 미분양에 있었다. 부산과 울산에서 건설한 주상복합은 지난해 입주에 들어갔지만 미입주로 분양대금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따라 미수금은 2009년 말 4247억원에서 작년 3분기 말 4426억원으로 더 늘어났다.

진흥기업은 코너에 몰리자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강수를 뒀다. 문제는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워크아웃에 필요한 구조조정 방법과 절차를 담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지난해 말로 시한이 끝나 채권단 공동으로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기촉법상 채권단 다수(75%)가 찬성하면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되는데 기촉법이 공백인 상태에선 채권자들의 100% 합의 없이는 워크아웃이 불발로 끝나기 때문이다.

특히 진흥기업은 제2금융권이 보유한 채권이 60% 정도여서 역시 단 일푼이 아쉬운 이들 은행권에서 채무상환을 서두를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실제 막판에 어음을 회수했지만 S저축은행은 워크아웃 직전 진흥기업에 대출해주면서 담보로 받은 190억원 규모의 견질어음 교환을 지난 14일 신청했다.

▶기촉법 없인 제2의 진흥 도미노로 나올 것=기촉법은 지난해부터 효력을 연장하는 개정안이 발의되며 국회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처리시한을 넘겼고, 지금까지 여야 간 2월 임시국회에 올릴지 여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기촉법이 장기간 공중에 뜬 상태에선 경영정상화 논의 자체를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기촉법만 따라주면 2개월간 경영정상화 계획을 짠 뒤 채권단 모여 회의를 해서 75% 합의ㆍMOU 체결로 채권단 공동경영으로 가는데 지금은 기댈 곳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자금난을 겪는 다른 건설사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D건설 대표는 “채권단이 기업과의 관계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사적인 워크아웃법을 만들 어서라도 서로가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우왕좌왕해선 이도 저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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