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은 선종하는 순간까지 이웃들과 생명을 나누고자 각막을 기증해 환자 2명에게 빛을 선사했다. 이같은 나눔이 알려지면서 장기기증 열풍이 불어와 2009년 장기기증 희망자 수는 전년보다 2.5배 증가한 18만5000여명으로 늘어났다. 김 추기경의 가르침은 꾸준히 이어져 지난해 전국 병원과 공인 장기기증 등록단체를 통해 장기기증 의사를 전한 희망자는 12만4300여명에 이르렀다. 전년인 2009년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김 추기경 선종 이전 매년 평균 기증 희망자 수가 7만~9만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김 추기경이 설립한 단체인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는 장기기증 신청자 수는 2009년 3만4000여명에서 지난해 3만6500여명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에 장기기증 신청을 한 정모(30ㆍ여)씨는 “김 추기경이 고령에도 장기기증에 나섰다는 얘기를 듣고 나눔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했다.
김 추기경의 생애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바보야’도 제작돼 부활절 주간인 오는 4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순교자 집안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사제가 된 후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져온 김 추기경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수익금 일부를 ‘바보의 나눔’ 재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바보의 나눔’은 김 추기경의 뜻을 잇기 위해 지난해 2월 설립된 재단이다. 지난달 24일부터 가톨릭청년회관 CY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바보 추기경’도 김 추기경의 삶을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위로를 전해주고 있다. 연극을 기획한 ‘가톨릭 공연기획 IMD’ 역시 티켓 수익금의 10%를 바보의 나눔에 기부하고 있다.
교계의 추모행사도 다양하게 진행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6일 오후 2시에는 김 추기경이 잠든 용인 천주교공원묘지에서 6시에는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연다. 명동대성당 추모 미사는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사제단이 공동으로 집전하고, 영성체 후 묵상 시간에 김 추기경의 생전 사진과 육성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는 김 추기경 추모사진전이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열린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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