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의 주가상승은 성장주 중심의 기업이익 증가와 외국인 매수의 결과다. 이익증가는 금융위기 이후 우호적인 환율환경과 글로벌 경쟁우위, 그리고 녹색과 모바일 혁명이 동인(動因)이 됐다. 외국인 매수는 양적완화에 따른 통화량증가와 저금리가 동력이다.
왜 대형주만 올랐을까? 원화약세 국면에서 원자재수입가격의 부담은 대기업인 원청업체보다 중소기업인 하청업체가 크다. 반면 가격경쟁력의 수혜는 원청업체가 더 크게 누린다. 신기술에 따른 수혜도 연구개발 여력이 큰 대기업에 먼저 집중된다. 외국인의 대형주 선호도 이유다. 전세계를 상대로 투자를 하는만큼 안정성이 높고, 정보취득이 쉬운 대형주를 주로 거래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까지는 1월 중순까지의 상황이다. 1월말부터는 시장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먼저 올 해 기업이익 성장전망이 시큰둥하다. 환율은 점차 낮아지고, 해외경쟁사들은 기운을 차리고 있다. 녹색과 모바일 모멘텀은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됐다. 올 해도 기업이익이 늘겠지만, 기울기가 지난 2년에 훨씬 못미치리라는 게 컨센서스다. 2분기 이익이 발표될 때쯤이면 이같은 예측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수급을 주도했던 외국인도 심상찮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세계적인 금리상승추세다. 투자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신흥국인 한국보다 선진국인 미국의 경기회복 추세가 더 매력적이다. 지난 2년간 신흥국에서는 이미 충분히 수익을 냈다.
‘얼마나 성장할 것이냐’라는 테마가 약해지면, ‘얼마나 싼가’라는 테마가 부상하는 게 시장의 이치다. 한국밸류운용 분석을 보면 성장주 PBR은 2.6배를 넘어선 반면 가치주 PBR은 1.1배 수준이다. 135%차이다. 역사적 평균은 40~50%라고 한다.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다.
그럼 누가 수급주체가 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국인이 중소형주가 대부분인 가치주에 집중할 가능성은 낮다. 수급 주도는 국내 유동성일 확률이 높다.
특히 주목할 자금은 지난 해 일찌감치 랩어카운트에 들어갔던 ‘스마트머니’다. 대형주에서 이미 큰 수익을 낸 이 자금이 중형급 가치주로 방향을 틀 경우 랠리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도 주목해야 한다. 전세값 상승은 집값 상승의 전조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지만, 이번의 경우 저금리시대 도래로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시장이 바뀌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많다. 후자가 옳다면 부동산을 기웃거리던 국내 부동자금 일부는 분명 증시로 유입될 것이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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