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정상화 속도를 조금 늦췄다. 1월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금통위는 11일 이달 기준금리를 현재의 2.75%로 동결했다. 유로지역 재정위기와 이집트 사태, 중국의 긴축 등 거시경제 안정을 해칠 상시ㆍ돌출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기엔 부담이 된 듯 보인다.
하지만 물가 불안은 계속되고,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수그러지지 않는데 금통위가 이번에도 통화정책 대응 타이밍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물가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한데 통화당국이 정책 대응을 뒤로 미룰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대로 뒀다간 인플레 기대심리 안 잡혀=지난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두 달 연속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상을 점치는 쪽이 많아지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1% 급등해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를 넘어섰다. 더욱이 한은이 11일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2% 올랐고, 전월 대비로도 1.6% 상승해 2008년 7월 1.9% 오른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대로 뒀다간 1분기 내내 물가불안이 계속돼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인상을 점친 쪽의 분석이었다. 정부가 물가불안 심리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지만 이른바 수급과 가격통제를 통한 ‘미시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통화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금통위는 하지만 최근 물가불안은 농축산물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공급 측면의 교란요인이 커 기준금리 인상으로는 차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또 경기회복으로 수요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도 크지만 기준금리를 연속해서 올려 통화당국의 긴축의지를 새삼스럽게 확인시킬 필요까진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2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지금의 물가상승이 유가 등 ‘공급측면’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시각을 가진 정부와 보조를 맞춘다는 의미도 들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에 타격, 가계부채 문제도 부담=원론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내외 금리차가 커져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와 원화 강세를 촉발시킨다. 이는 수출에 악영향을 미쳐 올해 정부가 내세운 5% 경제성장률 달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신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시킬 수 있다. 지난 2005~2006년 유가 급등으로 물가불안이 확산됐을 때 원화가 절상은 인플레 기대심리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줬다.
금통위는 수출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율 하락(원화강세) 속도를 늦추기로 한듯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대출 위험을 낮추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 문제는 금리 정상화의 속도다. 그동안 금리를 올릴 타이밍을 놓쳐왔다고 비판받은 금통위가 코너에 몰려 금리를 급속히 올리면 부채를 조정할 여유가 없는 가계과 중소기업에는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이 점도 비중 있게 고려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금통위는 이날 ‘인상 같은 동결’ 신호를 시장에 내보냈다. 3월 이후부터는 다시 금리 정상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시그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50~3.75%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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