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 불거진 불안요인은 기술적 부담이다. 10일 무너진 중기추세선(60일선)이 11일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단기추세선이 중기추세선을 하향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단기하락추세를 나타내는 신호로 지난 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중기추세선이 무너진 만큼 다음 지지선은 장기추세선(120일선)인 1940선이다. 지난 해 5월 유럽재정위기로 데드크로스가 나타났을 때도 코스피는 120일선은 물론 200일선까지 무너진 후 보름이 지나서야 60일선을 회복했다. 김정훈 한국증권 연구원도 “고점대비 10%가량의 조정폭은 염두에 둬야한다”며 1900선 초반까지 시장이 밀릴 가능성을 열어뒀다.
2009년3월 이후 외국인의 추세적 매수세가 유입된 이후 양대 세력인 북미계와 유럽계 자금이 모두 순매도를 보인 달은 한 차례도 없었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10일까지 최근 6거래일간 외국계 증권사 국적별로 순매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북미계와 유럽계 모두 큰 폭의 순매도를 보였다. 골드만삭스 등 5개 미국계 증권사는 5553억원, 크레디트스위스 등 9개 유럽계 증권사는 7924억원의 순매도 주문을 냈다. 2009년11월 이후 14개월동안 줄곧 순매수를 유지해온 북미계 자금이 이달 15개월만에 순매도로 돌아설 지도 눈여겨 대목이다.
외국인 현물매도와 함께 하락을 주도한 프로그램시장도 불안하다. 베이시스가 플러스로 전환하고, 원화강세가 주춤함에따라 매도차익거래 부담은 조금 낮아졌지만, 인덱스펀드의 비차익매도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8일 기준 공모형 인덱스펀드 현물비중은 77.3%로 역대평균 69%보다 높다. 인덱스 추종자금 10조원 가운데 8000억원~1조원 가량의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11일 4900억원의 프로그램 순매도 가운데 비차익물량은 4300억원에 달했다.
기업실적도 문제다. 1분기 실적이 나쁘지는 않겠지만, 이익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업종도 크게 줄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달 말 시작될 1분기 어닝시즌은 기대치 충족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일 뿐 큰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홍기석 삼성운용 팀장은 “원자재가격 상승수혜가 큰 석유화학업종을 제외하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할 만한 업종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자동차가 견조한 이익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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