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통신업은 독과점산업”
“尹재정·崔지경 대놓고 비판
“국제 가격과의 비대칭성 등
“의구심 해소 면밀검토 강조
“업계도 가격인하 가능성
경제부처 수장들이 정유와 통신업계를 다시 한 번 정조준했다. 이미 정조준한 칼날을 더욱 벼린 셈이다.정부의 연이은 맹공에다 마침 이날 고유가 덕에 엄청나게 좋아진 지난해 실적까지 공개된 터라 정유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어떤 식으로든 석유 가격과 통신비 인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9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경제부처 수장들은 정유와 통신업계를 대표적인 독과점 산업이라며 ‘대놓고’ 비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국제 가격과의 비대칭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등 가격 결정의 투명성에 대해 국민의 의구심이 있어 왔던 만큼 이번에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날 석유제품 가격의 경우 우리나라 기름값 중 세금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반면, 세전 휘발유 가격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정부 조사에 따르면 OECD 22개국 가운데 한국의 휘발유 가격 대비 세금 비중은 19위이며, 세전 휘발유 상대가격은 OECD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우리나가 113.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의 비교 가격이다. 세금 비중이 낮다는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계획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고, 세전 휘발유 가격이 높다는 것은 업계에 대해 가격을 낮추라는 주문인 셈이다.
윤 장관은 지식경제부 등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석유 태스크포스에서 가격 결정구조의 합리성 등에 대한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석유제품 유통구조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고, 이에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석유 가격의 구성 요인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으며, 우리 나름의 분석 내용을 살펴 좋은 결론이 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석유산업의 주무부처 장관이 제도 개선을 약속한 셈이다.
이날 공개된 정유업계 실적은 지난해 고유가 덕에 정제이윤(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과 원유 가격의 차이로 정유사가 얻는 이익)이 높아지면서 실적이 상당히 좋아졌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정유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0조3617억원과 9854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25.1%, 영업이익은 23배로 늘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35조3158억원으로 전년보다 26.5%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2001억원으로 60.3% 증가했다. 특히 정유업계는 고유가였던 지난해 4분기에 한 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아울러 통신비에 대해선 그간 통신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비해 가격 하락이 미진했다면서, 가격 인하를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이에 최근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서민 가계에 통신요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스마트폰 요금제에 무료 음성통화를 20분 이상 늘리는 대책을 빨리 도입하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요금제한제와 통화량이 많지 않은 노인을 위해 기본요금을 맞춘 저렴한 요금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형곤 기자/kim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