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지역 선정을 놓고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신흥국 증시의 중장기 성장성이 크다는 점엔 동의하지만 단기적으론 선진국의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6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집계한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톱10’을 보면 1위의 KB스타유로인덱스펀드를 비롯, 유럽 펀드들이 약진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신흥국 펀드로는 러시아 펀드들이 명맥을 유지했고, 중국 펀드는 한개도 없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선진국 대 신흥국이 6대4로 선진국 펀드가 우세한 상황이다. 이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와 신흥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지난해말 이후 선진국 증시가 신흥국을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펀드 자금 동향에도 변화의 기류가 보인다. 연초 이후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는 총 7100억원 넘게 자금 이탈을 보였으나 글로벌 펀드의 설정액은 640억원 늘었다. 반면 브릭스와 홍콩 H주에 투자하는 중국 펀드는 각 2800억원과 2400억원 이상 자금 순유출세를 지속했다.
증권가의 추천 펀드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불과 한달전만해도 추천 0순위는 이웃 중국 펀드였고, 차순위는 인도 펀드 정도였다. 그러나 올 들어 중국, 인도 외에 미국 펀드에 대한 추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신흥국 내에선 브라질, 러시아가 유망 지역으로 꼽힌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전체 주식형 펀드 내 자산 배분은 국내 70%, 해외 30%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한데, 최근 해외 주식형 펀드내 선진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작년말 10%에서 20%로 늘렸다”면서 북미펀드를 선진국 펀드 중 ‘톱픽’에 선정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중이나 아직 신흥국 전체에 대한 비중 축소로 보기는 이르다. 올 한해 신흥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단기 매력도를 따지면 1분기중엔 인도, 중국 보다는 러시아, 브라질에 좀더 관심을 가지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오 연구원은 “선진국 내에선 재정위기가 복병인 유럽보다는 미국이 더 유망하다”고 봤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유지하되 긴축 우려가 높은 신흥국 증시에 대한 비중 확대는 당분간 신중해야 한다”면서 인플레 우려에서 자유로운 미국과 인플레 부담에도 불구하고 가격 매력과 양호한 경제지표 등을 지닌 브라질을 추천했다.
물론 아직 중국 인도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중국, 인도 증시는 양호한 밸류에이션과 이익 성장세, 경기 모멘텀을 감안할 때 2분기 중반 이후엔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러시아의 경우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길게 보면 투자 비중을 유지해도 괜찮다”고 했다.
김대열 팀장도 “신흥국 긴축 이슈는 경기 속도 조절 차원에서 보면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면서 가격 매력 면에서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순으로 투자 우선 순위를 매겼다.
<김영화 기자 @kimy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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