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금융권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미친 존재감(?)이 빛을 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취임하자마자 “우리금융지주의 저축은행 인수 방침에 대해 전적으로 환영한다”는 뜻을 공식 밝힌 김 위원장은 올해 금융권의 뇌관이 될지도 모르는 저축은행 부실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저축은행 부실’ 해결사 나선 김석동
김 위원장이 이처럼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자 PF 부실 확대시 완충 역할을 할 ‘예금보험 공동계정 설치’ 문제도 은행이 정부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해결사’로 나선 김 위원장의 존재감에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본격 전환된 셈이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저축은행의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면 안된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저축은행 인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부실 정도에 따라 부담이 크지 않은 곳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살리지만, 회생이 어려운 곳은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권 인사들도 저축은행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면 안된다는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며 우리금융 외에 다른 금융지주회사들도 저축은행 인수에 동참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범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저축은행 1~2곳 이상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문제를 내버려뒀다가는 자칫 1금융권까지 부실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여기에다 하나금융과 KB금융 역시 저축은행 인수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부실 처리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혀 저축은행 부실 문제 해결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재벌에서 공무원으로”…김석동은 누구?
장통 금융관료인 김 위원장은 ‘청년 재벌’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소유자다.
KS(경기고,서울대)출신의 청년 김석동은 당시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20대 청년 재벌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대표선수격이던 제세그룹이 무너진 이후 젊은 오너 기업에 대한 은행의 갑작스런 대출금 회수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훌훌털고 공무원으로 선회했다.
그가 나이에 비해 행시 기수(23회)가 늦은 이유다. 당시의 발로 뛴 실물경제 경험은 지금도 소중한 자산이다.
그는 집권 후반기 MB정부의 구원투수가 됐다. 김 위원장의 등장을 계기로 금융회사 경영지배구조개선법 제정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사석에서 말한 ‘최동원론’은 그의 관료생활을 대변하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역대 프로야구 선수 중 최동원을 최고로 친다고 들었다. 팀이 필요하면 컨디션 상관없이 등판하는 선수이기때문이다.”
이는 공무원도 인기와 경력 관리에 연연하기보다 필요할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의 관료생활은 줄곧 그래 왔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반을 진두지휘한 소방수였다.
5ㆍ8 부동산 특별대책반장(90년), 금융실명제 대책반장(93년), 금융개혁법안 대책반장 및 부동산 실명제 총괄반장(95년), 한보대책 1반장과 금융개혁법안 대책반장(97년)이었고 4ㆍ3카드 대책, 신용불량자 대책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3개 정권을 거친 일이다. 놀랍게도 시장 역시 그의 복귀에 얼굴 찌푸리지 않는다. 그의 철학과 열정, 전문성을 익히 보아온 탓이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봐왔다는 한 은행 CEO는 “직무 완수를 위해 사력을 다하는 그의 ‘열정’을 봐왔고 그의 관치는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수단이었기에 반발할 수 없었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은행 CEO는 “실물경제의 이해도가 탁월해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관료”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장연주 기자 @ok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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