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내 존치지역 규제 완화 파장
은평·길음 등 23곳만 착공주민갈등·이주문제 못풀어
도입10년 완공 10%못미쳐
“면피성 출구전략” 비난
서울시가 4일 뉴타운지구 내 존치지역의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뉴타운사업이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거의 서울 전지역을 투기판으로 만들고 해당구역 주민들의 기대감만 잔뜩 높여놓은 채, 휴먼타운ㆍ건축규제 해제 등의 뒷북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출구만 모색하는 면피행정’이란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존치지구의 건축규제 해제는 과도한 재산권침해를 방지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했지만, 결과적으로 2002년 처음 시작된 뉴타운사업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뉴타운 지구내 존치구역의 건축규제를 완화하면서 오히려 뉴타운 전체사업이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뉴타운사업은 시범지구 3곳, 2차지구 12곳, 3차지구 11곳 등 총 26곳이 2002~2007년 사이에 선정됐다. 26곳의 뉴타운에는 촉진구역 196곳, 존치정비구역 28곳, 존치관리구역 51곳 등 275개의 구역이 지정됐다. 하지만 이 중 착공에 들어간 뉴타운지구는 시범뉴타운 3곳과 마포 아현, 동대문 전농답십리, 동작 노량진, 동작 흑석, 강북 미아, 서대문 가재울 등 6곳을 더해 총 9곳에 불과하다.
3개 지구로 이뤄진 은평뉴타운의 1, 2지구는 이미 입주를 시작했고, 3지구 입주가 올해 또는 내년 예정이다. 길음뉴타운은 길음 2, 4, 5, 6, 7, 8, 9구역이 준공된 상태. 왕십리뉴타운의 3개 구역 중 2구역은 지난 10월 착공, 1, 3구역은 올해 또는 내년 착공될 전망이다.
그 밖에 마포 아현뉴타운의 공덕5구역, 아현3구역이 착공했고, 동대문 전농답십리뉴타운의 12구역이 준공, 7구역이 착공했다. 동작 노량진뉴타운 1구역, 흑석뉴타운 4, 6구역, 강북 미아뉴타운 6, 8, 12구역이 착공했고 서대문 가재울 1, 2구역이 준공됐다.
이를 종합하면 275개 뉴타운 정비구역에서 착공 이상 단계로 진행이 된 곳은 23개 구역으로 전체 구역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구역도 조합설립, 시공사 선정 등 각 단계에서 불거지는 주민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왕십리1구역은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받아 착공을 앞두고 있었으나, 조합설립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한 조합원이 소송을 제기,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고 오는 7일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가재울뉴타운 4구역도 조합원의 소송으로 착공이 지연됐고, 아현3구역은 조합장의 비리 문제로, 아현4구역, 장위뉴타운 등 다수의 뉴타운에서 조합과 비대위 간의 대립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그 밖의 250여개 역시 세입자들의 이주문제, 조합원들의 갈등, 침체된 부동산시장에서의 수익성 문제 등으로 사업추진을 위한 초기 작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뉴타운 전역에서 주민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며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공공관리자제도 등 서울시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있고, 결국 뉴타운이 아닌 휴먼타운으로 정책 방향 전환이 이뤄지며 뉴타운 정책의 실패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면피성 행정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수많은 서울시민이 뉴타운 정책에 의지하고 있는데 뉴타운 사업을 신속히 마무리할 의무가 있는 서울시가 오히려 뉴타운사업 실패의 책임을 피할 길만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타운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서울시 주택본부는 전체 진행상황을 집계조차 못하고 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