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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법률]⑬혼인의 무효와 취소

기사입력 : 20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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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분당판교]혼인관계를 정리·해소하는 법적 수단으로 이혼이 가장 흔한 방법이지만, 혼인의 무효 또는 혼인의 취소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혼과 혼인무효, 혼인취소는 모두 혼인을 해소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이혼은 혼인관계 지속 중에 발생한 사유를 원인으로 혼인을 해소하는 것인데 반해, 혼인취소와 혼인무효는 혼인의 성립과정에서 발생한 법률상 장애를 이유로 혼인취소소송, 혼인무효소송을 통해 혼인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혼인의 무효와 취소는 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혼인이 무효가 되는 경우에 관하여 민법은 크게 ①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②근친혼인 때 그 혼인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혼인의 합의’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의사의 합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취업을 위한 입국, 가족수당 수령 등 다른 목적을 위해 혼인신고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러한 혼인은 무효가 된다. 혼인무효소송을 해서 판결이 확정되면 그 혼인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 즉 처음부터 부부가 아니었던 것으로 된다.

혼인의 취소사유에 관하여 크게 분류하면 ①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의 혼인, 근친혼, 중혼, 재혼금지 위반 등에 해당하는 경우 ②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 ③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이며, 이들 사안에 해당되면 혼인을 취소할 수 있다.

혼인취소는 보통 ‘사기 결혼’인 경우 그 ‘사기’가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된다. 불치병이나 성병 등이 있음을 속이고 결혼한 경우는 혼인취소 사유가 된다. 판례는 학력, 과거의 혼인 및 이혼 경력, 출산 경력 등을 속인 경우, 이러한 요소는 당사자가 혼인의사를 경정할 때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혼인 취소 사유가 된다고 본다. 법원은 “자신의 학력,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에 대해 거짓말한 피고 때문에 원고가 착오에 빠져 혼인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이러한 기망에 의한 착오가 없었다면 원고가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혼인은 취소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불임과 성기능 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혼인취소 사유가 안 된다고 하였다. 법원은 “배우자의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약물치료나 전문가의 도움으로 고칠 수 있고, 성염색체 이상과 불임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러한 문제는 혼인취소 사유라기보다는 부부가 함께 극복할 수도 있는 사안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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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경력이나 출산 경력을 속인 것이 혼인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어릴 때 성폭행범죄로 인하여 출산한 사실을 혼인 전 알리지 않은 것은 사기가 아니며 혼인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그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이러한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고, 사회통념상 당사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라고 판시한 것이다.

즉, 혼인취소 사유가 되는 ‘사기 결혼’인지 여부는 당사자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여야 하고, 이에 따라 혼인 당사자들은 그러한 중요 사실을 상대방에게 고지하여야 하는 것인데, 사안과 같은 아동기 때 성폭력 범죄를 당하였다는 사실은 당사자의 명예나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여 고지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경우에 따라 상대방 배우자의 고통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사결정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 비밀보장 사이의 충돌에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지의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희 변호사(법무법인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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