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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떨어지는 동백꽃, 피어오르는 유채꽃
봄을 맞는 제주도의 풍경
[헤럴드분당판교=황정섭 기자(제주)]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곳은 제주도다. 특히 제주 유채꽃은 이즈음 풍경에 잊지 않고 등장하는 초봄 전령사다. 반면에 겨울을 상징하는 제주 동백꽃은 이제 전성기를 지나 서서히 사라지는 존재다.

이 봄을 하루라도 빨리 마중하기 위해 제주를 찾은 날은 세월호 인양이 한창 진행되는 때였다. 제주공항은 여행객들의 탑승구와 도착 후 이동 경로가 교차되는 형태로 설계되어 평소 출발을 기다리는 대합실 여객들의 시선이 도착 여객들에게 쏠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은 온통 TV에서 생중계되는 세월호 소식에 눈이 꽂혀 있었다. 성공적인 인양을 기원하면서 또다른 새 봄을 꿈꾸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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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의 위용한 비자나무 자태.(사진:헤럴드분당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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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이 바라보이는 유채밭.(사진:헤럴드분당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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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리아 힐의 동백나무. (사진:헤럴드분당판교)


◇천년 숲, 비자림 속을 걷다
유채꽃밭이 많다는 성산일출봉 일대를 가기 위해 제주시 동쪽 구좌읍 방향으로 차를 몰다가 '비자림'이라는 안내표지판을 만났다. 이름도 생소한 비자나무의 천연림인데다 천년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는 설명에 무작정 이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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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나무를 감고 있는 콩짜개덩굴.(사진:헤럴드분당판교)


입구부터 시작되는 대로를 지나 소로로 이어지는 숲에 들어서면 숲 고유의 다소 어둡고 습한 공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거목 형태의 비자나무들과 그 사이사이 이름모를 나무들이 조심스럽게 자리잡고, 여러 덩굴식물들이 이들 모두를 감싸고 있다. 비자나무는 줄기에 노란 관리번호표를 부착해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쉽게 다른 나무와 구분할 수 있게 했다.

비자(榧子)나무의 잎은 마치 '아닐 비(非)'자처럼 뾰족하게 양갈래로 뻗어 있다. 줄기는 빛바랜 회갈색 나무껍질로 천년의 흔적을 보여준다. 느리게 자라는 나무 특성상 재질이 치밀해 최고급 바둑판 재료로 사용된다. 줄기 혹은 가지가 뻗어나간 형태가 무척 다양한 것도 볼거리다. 숲 안쪽에는 '새 천년 나무'로 명명된 수령 800년의 비자나무가 잘 보존되어 있다.

초봄에 원시적 느낌의 푸른숲을 경험하는데 좋은 곳이다. 작은 타원형의 콩짜개덩굴과 수많은 이끼를 발견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입장료는 성인기준 1,500원(카드 가능)으로 저렴한 편이다.

◇노란 물결, 성산일출봉 유채꽃밭을 품다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에는 양편으로 '불법주차'한 차량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어김없이 유채밭이 있는 곳이다. 자동차에서 내리면 할머니가 다가와 사유지 입장료로 현금 1,000원을 받아간다. '하나의' 유채밭으로 보여도 땅 주인이 달라 경계선을 넘으면 또 돈을 내야 하나, 규모나 포토존 설치물에 큰 차이가 없어 발길이 닿는 한 곳으로 가면 된다.

유채꽃이 한창인 이곳은 원경으로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함께 담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유채밭에 설치한 하트 모양물, 제주초가집 등의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면 노란 유채꽃 물결과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이 멋지게 어울린다.

사방으로 뻗은 꽃밭 사잇길을 천천히 걸으며 유채꽃의 화려함에 취해볼 만한 곳이다. 아직 이른 계절 때문인지 유채꽃 특유의 향 때문인지 벌과 나비는 볼 수 없어 아쉽다. 이곳을 찾은 발길을 성산일출봉 정상까지 옮기면 해발 180미터 산 아래로 노란 빛깔의 유채꽃밭이 점점이 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주도에는 이곳 이외에도 서귀포 방면의 산방산 아래 유채꽃밭과 화순서동로의 유채꽃길도 유명하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 싫다면, 길 곳곳의 '주인 없는' 유채밭에 차를 멈추고 감상해도 좋다.

◇마지막 붉은빛, 동백수목원을 거닐다
때 늦었지만, 동백꽃을 보기 위해 카밀리아 힐을 찾았다. 이곳은 서귀포 중문단지에서 제주 서부쪽 한림읍으로 가는 기슭에 자리잡은 동백수목원이다.

이중삼중으로 확장한 주차장에는 의외로 차들이 가득했다.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자 푸른 나무들 사이로 몇몇 동백꽃이 아직 자태를 나타냈다. 바닥에 뭉개진 꽃들이 훨씬 많았지만, 의외였다. 누군가 돌 위에 올려놓은 떨어진 동백꽃이 쓸쓸하고 아련했다.

이어진 유럽 동백과 아시아태평양(아·태) 동백 올레에는 아직 꽃이 만발해 화려함을 뽐냈다. 동백의 종류 별로 개화와 낙화 시기가 다른 듯했다. 그러나 이곳도 4월이 되면 낙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카밀리아 힐은 한철에 피어나는 동백나무뿐 아니라 구상나무와 튜립, 야생화 등 다양한 식물들을 중간중간에 심어놓고, 온실, 연못, 전통초가, 카페 등을 배치해 사시사철 관람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입장료는 사설로 운영하는 곳이어서 성인 기준 7,000원(카드 가능)으로 비싼 편이다. 쿠폰 등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으나, 조건이 일부 까다로워 매표소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제주도의 벚꽃은 아직 남쪽 지역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린 곳이 드물다. 제주특별자치도청 사이트에서는 남원읍 위미리 일주도로의 벚꽃 가로수길을 추천한다. 위미리에서 만난 카페 주인은 "지금 일주도로에는 극소수 벚꽃만 피었고, 4월에 들어서야 벚꽃 터널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대학교 입구 왕벚꽃길도 이곳 주민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먹는 즐거움, 오일장과 토속식당에서 맛보다
보는 기쁨이 먹는 즐거움에 앞설 수 없다. 특히 제주도에는 토속 음식과 과일이 즐비하다.

한림읍 한림민속오일시장은 4·9일장으로, 돌아다니기 적당한 규모에 주차장도 넉넉하다. 과일, 채소, 약용식물, 수산물, 철물, 의류, 잡화 등 분야별로 2~3 곳 정도만 운영해 짧은 시간에 물건고르기에 좋다. 요즘 한창인 한라봉과 천일봉은 제주시 상설시장과 비교해 30% 정도 저렴하고, 겨우살이 등 제주산 약용식물도 합리적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1팩 5,000원인 순대는 깊은 맛이 있으며, 장내 식당에서 맛보는 5,000원짜리 순대국도 가성비가 좋다. 이 밖에도 제주시민속오일시장(2·7일), 서귀포향토오일시장(4·9일), 세화민속오일시장(5·10일) 등이 가볼 만하다.

제주도의 토속음식인 고기국수, 돔베고기(수육), 아강발(족발) 등은 타 지역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방송에 소개된 일부 음식점의 경우 평일에도 대기표를 받고 1~2시간을 기다려야 하므로, 제주시내 국수문화거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맛 차이는 크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현지 주민들은 보말(고둥)국, 성게국, 갈치국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추천한다.

카페는 해변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구좌읍 월정리해변, 애월읍 한담해변 등이 뜨고 있는 카페거리다. 바다 앞에 테라스나 통유리를 설치해 해변 카페의 특성을 살렸다. 강원도 강릉 커피거리처럼 드립커피를 제공하는 곳은 드물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아메리카노 등 일반 커피나 제주산 과일주스, 수제 케이크를 즐기기에 좋다.

제주공항으로 이동하는 택시 속에서 "봄 꽃이 활짝 피고, 유커들의 방문이 뜸한 이 때가 제주도 방문의 적기"라고 택시기사는 말했다. 이날 제주의 미세먼지 농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좋음'이었다.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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