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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드게임 갤러리]할리갈리 컵스
[헤럴드분당판교=김미라 기자]보드게임 작가 하임 샤피르의 '할리갈리' 시리즈는 순발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물론 숫자, 그림, 색상 개념을 인식하는 게 우선되어야 하지만, 이는 사실 유치원생 이상이면 가능한 일이다.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인지의 속도와 손놀림의 빠르기다. 순간적으로 카드를 일별해서 종을 빨리 치거나 소품들을 남보다 앞서 배치하는 게 거의 '모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러 세대가 모여 이 게임을 할 경우, 순발력이 떨어지는 연장자가 게임에 지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이 게임의 묘미는 이기거나 지더라도 별로 심리적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게임 결과보다는 순간순간의 대결에서 누구나 최소한 한 번씩은 승리하기 마련이어서 최종승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어른은 '나이가 들어 순발력이 떨어지는 걸 어떡하겠어'라는 자기위안이, 어린이는 '어른을 이겼다'라는 자부심이 세대간 조화에도 일조한다고 볼 수 있다. 종을 칠 때 서로 손이 부딪히는 스킨십은 덤이다.

◇인류 보편의 컵쌓기 놀이와 세계적 작가의 센스가 합쳐진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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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갈리 시리즈는 일정한 숫자의 카드들이 나올 때 종을 울려야 하는 전통적 방식 이외에도 다른 형태의 액션을 요구하는 게임을 내놓고 있다. 카드의 요구대로 컵을 쌓아야 하는 '할리갈리 컵스 딜럭스'가 대표적이다.

컵 쌓기 놀이는 컵이 발명된 이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어떤 사람들은 규칙 아래 속도를 겨루는 스포츠로 발전시켰고, 어떤 사람들은 크기, 위치, 색깔 등을 지각하는 유아교구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하임 샤피르는 이 둘을 적절히 섞고 거기에 자신의 가장 성공한 작품 할리갈리까지 섞은 듯한 새로운 캐주얼 보드게임 할리갈리 컵스 딜럭스를 만들었다. 인류 보편의 놀이와 세계적으로 공인된 캐주얼 보드게임 전문작가의 센스가 합쳐진 게임인 셈이다.

할리갈리 컵스 딜럭스는 놀랄 만큼 간단한 게임이다. 각자에게 주어지는 색이 다른 미니컵 다섯 개를 이용해 테이블 가운데에 펼쳐진 카드와 같은 패턴을 만들면 된다. 어깨 너머로 10초만 보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다. 카드 그림에 컵 다섯 개의 배치가 그려져 있지는 않지만 카드의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순식간에 이해가 되고 속도 경쟁이 시작된다. 속도 경쟁의 클라이맥스는 가장 빨리 성공한 사람을 판정하기 위한 종 울리기다. 빠른 사람이 종을 치는 할리갈리의 요소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할리갈리 컵스 딜럭스 개발 초기에는 카드에 컵이 쌓인 모습을 그렸다는 후문이다. 테스트 과정에서,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카드에 넣으면 게임이 더 재미있는데다 그렇더라도 게임이 더 어려워지거나 직관적인 부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지금의 할리갈리 컵스 딜럭스를 탄생시켰다. 카드마다 그림이 판이하게 달라 새로운 느낌을 주며, 카드를 보자마자 상하좌우를 빨리 판단하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교구같은 느낌도 준다.

b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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