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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산 보드게임〈렉시오〉, 재출시 후 인기몰이
[헤럴드분당판교=황정섭 기자]지난 7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보드게임콘 행사장. 중앙에 촘촘히 배치한 게임테이블에는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벽면에는 국내 보드게임사들이 부스를 마련해 방문객을 맞이했다. 부스마다 직원들이 여럿 있었으나 유독 한 군데는 1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고이게임즈의 이광희 대표였다.

이 대표는 유일한 전시품목인〈렉시오〉를 가리키며 "국내에서 개발한 대표 보드게임으로, 지난해 연말 재출시됐다"고 말했다. 개발자는 다름아닌 이 대표였다. (본보 딸림기사 '보드게임 렉시오는 이렇게 출생했다' 참조)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3,000여개의 보드게임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 중 98~99%가 수입이라는 설명이다. 국산은 종류도 적지만 그 중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극소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렉시오가 재출시된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렉시오는 지난 2005년 첫 출시되어 2년만에 단종된 보드게임으로, 희소성 때문에 구제품 중고 가격이 재발매 제품가격의 3배를 웃돌았다. 이 대표는 "단종된 후 외국인 프로그래머에 의해 렉시오 온라인게임이 헌정되기도 했다"면서 "8년만에 오리지널 형태 그대로 재출시되자 3개월만에 초도물량이 품절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부스 앞 렉시오 전용 게임테이블 8개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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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보드게임콘에서 렉시오를 플레이하는 방문객들.(사진 제공: 다고이게임즈)


렉시오는 블랙과 화이트 색상으로 구분해 제작했다. 이 대표는 "내용물과 게임방법은 동일하지만 색상만 고객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나누었다"며 "블랙은 고급져 보이고 화이트는 깔끔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렉시오는 일종의 손털기 게임이다. 숫자와 무늬가 새겨진 타일을 똑같이 나누어 가진 후 가장 먼저 자신의 타일을 모두 낸 사람이 승리한다.〈달무티〉〈티츄〉등과 비슷한 장르이지만, 이들 게임이 카드로 만들어졌다면, 렉시오는 직육면체의 타일로 제작했다. 카드게임은 여러 장을 손에 쥐고 진행해 불편한 반면, 렉시오는 마작을 하듯 타일을 늘어놓고 플레이해 간편하다. 타일의 묵직한 손맛에다 타일을 섞을 때 나는 '짜르륵' 소리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이 대표는 "시각, 촉각,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렉시오는 한 게임을 하는 데 5분이 채 안 걸린다. 게임방법도 한 번만 해보면 쉽게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번 플레이해도 질리지 않는 것이 렉시오의 장점이다. 이 대표는 "승부욕을 자극하는 플레이 시스템과 언제든 한방에 역전이 가능한 점수 시스템이 중독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렉시오는 선(先) 잡기 게임...승자독식 없이 모든 플레이어가 점수 획득
렉시오에는 1~15까지 적힌 타일이 있는데 인원 수에 따라 사용하는 숫자가 달라진다. 4명은 13까지, 5명은 15까지 사용하는 식이다. 똑같은 객수로 타일을 나눠 가진 후 한 번씩 타일을 내 가장 먼저 자신의 타일을 다 내는 사람이 승리한다.

타일을 낼 때는 두 가지 규칙만 지키면 된다. '앞 사람과 똑같은 개수'의 '더 높은 조합'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앞 사람이 5를 내면 6이상을 내야 한다. 타일을 두 개나 세 개를 낼 때에는 5·5, 10·10처럼 같은 숫자를 내야 한다. 예컨대 앞 사람이 6·6을 냈다면 8·8처럼 같은 개수이면서 더 높은 조합을 내야 한다. 낼 수 없는 조합이 없다면 '패스'한다. 모든 사람이 패스하면 마지막에 내는 사람이 선(先)이 되어 원하는 타일을 아무 거나 내게 된다. 그러면 뒷 사람은 다시 선이 낸 것과 같은 개수로 더 높은 조합을 내야 한다.

렉시오는 '선 잡기 게임'이기도 하다. 선을 잡아야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선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게임이다. '어떤 조합을 낼 것이지' 같은 가벼운 스트레스가 게임 내내 따라다닌다. 선택을 잘 해야 한다. 게임 이름인 렉시오가 라틴어로 '선택'을 의미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렉시오는 승자독식 게임이 아닌 점도 특징이다. 꼴등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점수를 얻는다. 3등은 1, 2등에게, 2등은 1등에게 점수를 줘야 한다. 따라서 2등은 1등 못지않은 점수를 얻을 수도 있다. 물론 2등도 망할 수 있고 꼴등도 피해를 소박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이러한 점수 시스템으로, 1등이 어렵다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채 끝까지 긴장감을 갖게 된다. 지더라도 한 게임에 5분도 안 걸리므로 다음 판에 기회를 잡으면 된다.

이 대표는 "렉시오의 이러한 게임특성 때문에 성인들이 주로 좋아하며, 여성 이용자도 많다"고 말했다.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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