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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드게임〈렉시오〉는 이렇게 출생했다
개발자 이광희 다고이게임즈 대표의 개발과정기(記)
[헤럴드분당판교]보드게임을 개발할 때 작품성이냐 상품성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영화가 평론가들에게 작품성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 대중들은 외면하게 되는, 즉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개발자로서 작품성 높은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만, 12년 전은 우리나라 보드게임 시장도 걸음마 수준이었고 우리회사도 창업 초기였으므로, 우선은 상품부터 만들자, 대신 싸구려 말고 고급스럽게 잘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기획안이 렉시오(LEXIO)였다.

렉시오의 게임 룰은 수백 번의 자체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있었다. 컴포넌트의 품질이 관건이었는데 이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내가 눈이 높은 건지 제대로 된 공장을 못 만난 건지 제작이 너무 오래 걸린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작에만 1년이 훨씬 넘게 걸렸다. 2004년 초에 기획안이 나와 공장 접촉을 시작했는데 2005년 6월 말에 출시했으니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칼로 자른 듯이 반듯한 직육면체’에 ‘모서리는 튀어나온 거 없이 깔끔'하고 ‘음각으로 디자인해서 패인 부분에만 도색’하면 되는 간단한(?) 의뢰였는데, 내가 만난 모든 국내 공장들이 손을 들었다. 물론, 이왕이면 타일을 섞을 때 약간 돌소리가 나며 재질도 돌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사이드 요구사항도 있긴 했다.

이렇게 한두 달을 보내다가 중국의 마작공장에 의뢰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많은 마작공장들을 만났지만 수십 년간 마작을 취급했다는 공장들도 대부분 렉시오 제작을 어렵게 생각했다. 어렵게 한 군데와 조인이 돼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왜 렉시오 제작을 어렵게 생각하나 의아했지만, 이번에 렉시오 재출시를 진행하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렉시오는 돌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에 해, 달, 별, 구름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했는데 처음부터 이 디자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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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디자인] 숫자가 너무 작고 디자인이 복잡해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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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디자인] 해와 별의 색상을 바꾸고 디자인도 좀 수정해봤지만 지금 봐도 예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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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디자인] 해, 달, 별이 문제인가 싶어 동물로 만들어볼까도 고민했다. 숫자 ‘2’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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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도 그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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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도 그려봤다.

그리고 귀여운 동물 그림은 나무가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제작해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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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왔다.

절대 안되겠다 싶어 다시 해 달 별 구름 콘셉트으로 돌아가서 다양하게 제작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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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화이트의 투톤으로도 만들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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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투톤이지만 흰면에 프린팅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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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 블랙으로 제작하기로 했는데, 하단의 한문이 복잡해 보여 좀 간단하게 표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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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오 최종 디자인] 확실히 이게 제일 나은 것 같다.

이러다 보니 무려 1년 3~4개월의 시간이 걸렸고, 훨씬 늦게 개발에 착수한 리니지2 보드게임과 바벨 시리즈가 렉시오보다 먼저 출시될 정도였다. 한 번에 완벽한 디자인을 공장에 주지 못한 나의 잘못과 만만디의 중국인 습성이 합작해 '참변'이 발생한 것이다.

렉시오 제작과 관련된 여담을 덧붙이자면, 렉시오는 원래 블랙 버전 한가지로만 기획했었다. 블랙이 고급스럽다고 우직하게 주장했던 동업자 덕분이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화이트 버전을 추가했다.

2004~2005년 당시 온게임넷에서 스타리그가 한참 뜨던 상황이었고 전국에 보드게임카페도 많았으므로, 보드게임카페에서 렉시오 예선전을 하고 온게임넷에서 본선을 하자는 기획을 하게 되었다. 스타리그 신화를 만든 PD를 만나 이 기획을 제안했더니, 이 분의 제안이 "블랙은 눈으로 보면 멋진데 카메라로 잡으면 안 예쁘다"며 화이트로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화이트 버전이 만들어 졌다.

이광희 다고이게임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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