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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밤하늘에 현(絃)을 날리다
28일, 평창대관령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 개막
[헤럴드분당판교=황정섭 기자(평창)]지난 28일 저녁 강원도 대관령 알펜시아에서는 제13회 평창대관령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의 첫 공연이 열렸다. 기존 명칭은 대관령국제음악제였으나, 올해부터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을 강조해 평창대관령음악제로 바꿨다. 기존 국제음악제에 올림픽 개최지 명칭을 붙여 홍보효과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예술감독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자매가 이끌었고, 부예술감독은 올해 처음으로 젊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맡았다. 올해 평창에서 열리는 저명연주가 시리즈는 알파벳 'B'로 시작하는 작곡가의 음악만을 연주하는 게 특징이다.

이날 수도권은 후덥지근했으나 대관령은 찬 기운마저 느껴질 정도로 서늘했다. 공연장인 콘서트홀 로비에는 캐주얼 정장의 어른과 가벼운 차림의 청소년들이 뒤섞여 연주회 시작을 기다렸다. 평소 문화에 관심이 많은 유명인도 눈에 띄었다.

콘서트홀은 실내악을 연주하고 감상하는 데 적당한 좌석을 갖췄다. 서울 예술의전당 챔버홀과 거의 같은 600석 규모다. 1층 좌석은 중앙과 좌우 등 3구역으로 나누었고, 무대와 앞좌석 위 천장에는 커다란 원반형 조형믈이 걸려 있었다. 천장 조형물은 용도가 있는 것인지 장식품인지 알 수 없지만, 표면이 거울 형태여서 1층 뒷좌석에서도 연주자를 위에서 보는 효과가 있었다.

1부 프로그램은 대중적인 클래식 음악으로 시작했다. 헬싱키 바로크 앙상블이 연주하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이었다. 고음악 연주회가 아니면 좀처럼 접하기 힘든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를 두 눈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하프시코드의 전면은 바로크 시대의 회화가 그려져 있어 즐거움을 배가했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철선을 두들기는 듯한 아포 하키넨의 열정적인 하프시코드 연주는 단연 백미였다.

다음은 보르딘의 현악4중주 2번으로 이어졌다. 미켈란젤로 4중주 단원 중 바이올린 연주자 1명을 제외한 3명과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가 현(絃)을 맞췄다.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미하엘라 마틴과 이유라, 일본의 비올리스트 노보코 이마이, 스웨덴의 첼리스트 프란스 헬머슨의 하모니는 기대 이상이었다. 각자의 악기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이어받듯 연주자들의 호흡이 절묘했다. 1악장은 낭만적인 선율이 압권이고, '녹턴'으로 잘 알려진 3악장은 애절함이 묻어났다. 큰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인터미션(휴식시간) 후 2부 프로그램은 프랑스 시인 테오필 고티에의 시 6편에 베를리오즈가 곡을 붙인 성악곡〈여름밤〉으로 막을 열었다. '사랑'이 주제인 〈여름밤〉 6곡 중 3곡을 핀란드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모니카 그롭이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반주로 사랑의 애틋함을 표현했다.

한국의 작곡가 백승완의 곡〈고독〉이 뒤를 이었다. 비올리스트 박경민이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연주를 통해 고독과 갈등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국악기인 해금의 음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곡은 한국 초연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2개의 스탠드에 악보를 펼쳐놓고 페이지 넘김 없이 열성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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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3회 평창대관령음악제 저명연주자 시리즈1에서 보리스 브로프친(왼쪽부터), 폴 황, 손열음, 막심 리자노프, 지안 왕이 브루흐의 피아노5중주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평창대관령음악제 홍보대행사 커뮤니크)


마지막은 브루흐의 피아노5중주로 장식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로프친과 대만계 미국인 폴 황, 비올리스트 막심 리자노프, 중국의 세계적 첼리스트 지안 왕의 연주는 때로는 나긋한 손놀림으로, 때로는 힘찬 에너지로 충만했다. 연주자마다 자신의 연주에 심취했지만 화음은 놀라울 정도로 완벽에 가까왔다. 예술감독들의 캐스팅 심미안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좌석 중간열에서 몸을 따라가며 감상하던 정경화 씨와 언니 정명화 씨는 연주가 끝나자마자 뜨거운 기립박수로 이들의 수준 높은 연주에 화답했다.

예술감독들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1부는 음악 자체의 아름다운 선율이 중심이었다면, 2부는 좀더 음악을 통한 감정 전달이 강한 듯했다.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저명연주가 시리즈는 내달 7일까지 13회에 걸쳐 진행된다. 연주회 프로그램과 일시는 평창대관령음악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티켓은 시리즈별로 예약이 거의 매진된 상황이나, 예약취소 관객 등이 있으면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는 게 티켓판매 관계자의 설명이다.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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