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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별의 초보엄마]⑦싱글맘 사촌언니의 육아
[헤럴드분당판교]사진 속에 아기와 함께 힘차게 걷는 엄마가 보인다. 나의 사촌언니이자 최고의 친구인 이민정(가명)과 그의 딸 지유(가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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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디를 이렇게 가는 것일까? 주말마다 그녀는 아이와 함께 누구보다도 바쁘게 길을 나선다. 딸에게 누구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은 엄마는 45세에 첫아기를 출산한 노산맘이자 싱글맘이자 워킹맘이다. 보통 사람 눈으로는 생활하기에 버거운 타이틀이다.

지금 조카는 37개월이다. 47세가 된 언니에게 하루 일과는 노래 제목처럼 ‘24시간이 모자라이다. 해외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그녀의 하루는 기상 후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준비로 시작한다. 정신없이 아이를 챙겨주며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후 출근을 한다. 일이 끝나면 오후 630분에 아이를 데리고 와 씻기고 저녁을 먹이고 놀아주고 재운다. 집안청소와 빨래, 그리고 내일 먹을 식사준비를 한 후 회사에서 못다한 일을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주말에는 주말농장과 키즈카페 SNS를 통해 만난 육아 동지들과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함께 한다. 일요일 저녁에는 일주일 동안 아기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월요일 등원 준비를 끝낸다. 언니의 일주일은 또 이렇게 시작된다.

언니는 일반적인 여자들과는 확실히 다른 삶을 살아왔다. 결혼보다는 늘 일이 우선이었던 언니에게 하늘은 조카를 선물했다. 전문 커리어우먼인 언니에게도 조카의 출생은 나이에 상관없이 초보운전을 달고 다니는 운전자처럼 모든 게 조심스럽고 어려웠을 것이다. 언니는 육아서적과 인터넷을 보며 새로운 학업에 도전하는 학생처럼 하나하나 기록하고 배우며 공부했다. 노산맘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은 어느덧 언니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주어 서로 육아정보를 공유했다.

나보다 먼저 출산한 언니는 항상 씩씩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용기를 얻었다. 어릴 때부터 누구보다 친하게 지내던 그녀는 가족이기 전에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친구였다. 미소와 긍정적인 마인드로 여러 배울 점을 주는 사람이었다 .

어느날 언니에게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주말에 갑자기 조카가 열이 올라 급하게 응급실에 가게 되었는데, 휴일이다보니 아빠, 엄마와 함께 온 아기들로 가득 찼다고 했다. 진료신청부터 약 받는 일까지 모두 언니 혼자 해야 하는데, 아픈 아기는 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 늘 웃음으로 나를 대하던 언니의 목소리가 그때 처음 떨리는 것을 보았다. 평소 나에게 언니는 척척박사이자 해결사이자 해피바이러스였다. 그런 언니 옆에는 언니를 사랑하는 친구와 지인이 누구보다 많았다. 하지만 육아는 온전히 언니 몫이었던 것이다.

조카는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남자를 보면 모두 아빠라고 했다. 특히 이모부들을 아빠라고 많이 불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더 이상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모부, 삼촌이라고 정확히 말하며 더 이상 아빠를 찾지 않았다.

어린 조카는 엄마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있다. 엄마가 힘들까봐 엄마의 가방을 들어주고, 엄마에게 "사랑해"를 말해주며, 엄마가 울까바 활짝 웃어주곤 한다. 어린이집에서도 언니를 닮아서인지 잘 웃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기특한 딸로 자라고 있다.

요즘 육아로 지친 나는 언니에게 힘들지 않냐고 자주 묻는다. 언니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운이 정말 좋은 거 같아. 내 주변에는 다행히 싱글맘이나 워킹맘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없었거든. 그리고 나 스스로가 싱글맘이라는 편견이 없어야 내 아이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당당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싱글맘 혼자서도 아기를 이렇게 멋지게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 난 싱글맘이자 워킹맘 두 역할을 모두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최선을 다할 뿐이지. 그러면 늘 좋은 결과가 보이더라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언니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육아 일기를 쓰고 있다. 혹시 내 아이가 사춘기에 다달아서 '왜 나는 혼자인지' '왜 아빠가 없는지' 등 아빠가 없는 사실에 대해 힘들어 할 때를 위한 준비과정이란다. 조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키우는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는 그녀는 아이를 위한 최고의 엄마임이 분명하다.

그런 언니가 웃으며 얘기한다. “아빠 역할을 다 해주고 싶은데 하나 못 하는게 있어. 정말 미안하지만 무릎으로 비행기는 태워줘도 16.5Kg인 우량아 딸 목마는 못태워 주겠더라

영화 속에는 많은 히어로가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언제나 해내는 히어로들...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 진정한 히어로는 그녀다. 해맑게 웃는 사랑스러운 조카를 잘 지켜내고 키워온 디어 마이 프렌드인 것이다.

박제스민 violethu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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