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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별의 초보엄마]⑥일본 가족여행
[헤럴드분당판교]아이와 함께 가까운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우리 가족이 먼저 도착하면 부산에서 출발한 시댁 식구와 합류하기로 한 오사카 자유여행. 얼마 전 제주여행을 갈 때에는 비행시간이 약 30분 정도여서 부담이 덜했는데 한 시간이 더 늘어나면서 아이가 울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출발 전 아이의 여권을 열 때마다 사진관에서 처음 찍은 아이의 여권사진에 웃음이 절로 났다. 아이의 첫 여권을 가지고 외국여행을 가는 것이어서 설레임도 컸지만, 손자를 보고 싶어하는 시댁 식구와 함께 가는 여행이어서 든든함도 더했다.

과거에 휴대폰이 없었을 때는 어땠을까? 아기는 비행 내내 저장해 놓은 동영상을 보며 비행의 지루함을 잊었다. 참고로 일본은 한국보다 인터넷 속도가 상당히 느리기 때문에 아기를 위한 동영상은 미리 저장해 놓는 것이 좋다.

오사카에서 가장 먼저 간 장소는 번화가인 난바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 정거장으로 향하던 중 낯이 익은 분이 정거장에 혼자 서 있었다. 〈무한도전〉 등으로 유명한 정준하 씨였다. 뒤에서 아이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정 씨가 먼저 몇 개월이냐고 물어보며 아기에게 미소를 보였다. 처가에 가는 중이던 그는 양손에 한국에서 공수해온 간장게장과 맛있는 음식 등을 바리바리 들고 있었다.

정 씨는
우리와 도착장소도 같아, 가는 내내 오사카의 맛집과 볼거리 등을 우리에게 휴대폰으로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남편과 아이 사진을 보여주는 서로의 얼굴 표정에 아빠들만의 뿌듯함이 나타나는 듯했다. 도착지에 그의 와이프와 아들이 마중나와 있었다. 가족을 향해 두 팔 벌리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방송에서 보던 개그맨 정준하 씨와는 사뭇 달랐다. 동화작가 앤써니 브라운의우리아빠가 최고야〉에 나온 주인공처럼 멋진 히어로 아빠 그 자체였다.

◇오사카 번화가 난바의 풍경과 음식
난바에서 호텔에 입실하자마자 우리는 지하 마트로 내려갔다. 지하철역 앞에 있던 대형마트는 도시락 문화가 매우 발달되어 있었다. 공항에서 모스버거를 먹었는데도 다양한 먹거리로 금세 입안에 침이 고였다.

일본은 농도별로 만들어진 미소된장국이나 다양한 후리가케 주먹밥 등이 많아 아기도 다행히 잘 먹어주었다. 난바역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크고 화려한 색감의 간판들로 가득한 도톰보리를 볼 수 있다. 흡사 한국의 명동과 같다. 도톰보리 강을 따라서 에비스바시부터 센니치마에도리까지 길게 쭉 이어진 번화가는 아기 엄마들에게 휴대용 유모차가 필수다. 아이와 함께 주변을 둘러보니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길 거리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매스컴으로만 접했던 글리코의 마라토너 네온사인은 도톤보리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어느덧 오사카의 명물이 됐다. 그래서인지 전세계 관광객들이 마라토너 네온사인 앞에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도톰보리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쇼핑지는 바로 돈키호테다. 가격도 다른 곳보다 저렴하며 건물 전체에 없는 게 없는 만물 백화점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다양한 코스프레 의상이나 가발, 특이한 장난감들도 구경할 수 있다. 주변에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다코야키, 회전초밥, 긴류라면 등 먹거리를 파는 식당 역시 풍부하다.

◇고베 아리마 온천마을의 료칸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아리마 마을이었다. 난바역에 위치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한시간 반정도를 달리면 일본만화에서 많이 보던 아기자기한 마을이 나타난다. 고베에 있는 아리마 온천마을이다.

아이는 난바의 서양식 호텔보다는 마루문화에 익숙해서인지 이곳의 전통 료칸을 더 좋아했다. 마을 내에는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료칸들이 있었는데 기회가 되면 다양한 특색을 지닌 이곳들을 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묵었던 료칸 옥상에는 실내탕과 노천탕이 있었다. 투숙객을 위해 온천욕 비품이 비치되어 있어서 편했다. 아리마 온천에서 유명한 라듐과 탄산염이 함유되어 있는 은탕과 황색을 띠는 황금탕 그리고 탄산수탕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여름이 오기 전 시원한 바람 속에 아이와 함께 하는 따뜻한 온천욕이 절로 콧노래를 부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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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 온천마을의 유모토자카 거리.(사진: 박제스민)


아리마 온천마을 내에는 유모토자카 거리가 있다. 꼬불꼬불 이어진 이 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아기자기한 건물 내의 다양한 상점들과 센베나 고로케를 직접 만드는 걸 보여주며 판매하는 과자점 , 완구박물관 등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간에 다리가 아프면 따뜻한 온천수가 흐르는 작은 냇가에서 발을 담그며 마을사람과 인사를 나누며 피로도 풀 수 있다. 오랜 전통 속에 이어진 거리의 원숭이쇼도 인상적이었다.

남편과 나, 아이 이렇게 셋이서 했던 제주여행도 좋았었지만, 3대가 함께 한 이번 여행도 뜻깊었다. 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아버지 할머니, 함께 육아를 하기에 더욱 의지가 되었던 시누이와 일본어에 능통해 여행 내내 가이드를 멋지게 해준 아주버님, 아직 어리지만 더 어린 우리 아들이 넘어질까 노심초사했던 조카들... 굳이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여행이 서로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박제스민 violethu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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