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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별의 초보엄마]⑤아이가 아팠다
[헤럴드분당판교]아이가 아팠다.

미열이 있어 인근 병원에 갔더니 "내일 다시 오라"며 해열제를 처방해주었다. 분유를 먹일 때마다 온 몸을 뒤틀었다. 이유식은 입을 꽉 다물며 거부했다. 너무나 고통스럽게 몸을 젖히며 울었다. 해열제를 먹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열이 더 오르며 울음의 크기는 점점 커졌다.

'삐뽀삐뽀 119'라는 책을 열심히 넘기며 아이의 증상을 이것저것 살폈지만 아이의 몸엔 열 이외에 그 어떤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난 이유도 모른 채 아이만 안고 어르며 달랬다. 이렇게 운 게 처음이라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바쁜 일을 제쳐두고 달려 온 남편과 이웃집 친구가 소개해준 병원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의사 선생님은 입안을 보더니아이구 수족구네요라고 했다. 얼마 전 뉴스에서 들은, 요즘 유행한다는 수족구를 한쪽 귀로 흘려보냈는데 우리 아이가 수족구라니. 아기는 더 크게 울며 고통을 호소했다.

“쉽게 말하면 어른들 입안에 한 두개 구내염이 있으면 아프지요? 아드님은 입 안쪽에 눈에 보이는 거만 십여개네여... 많이 아플거에요. 손발에 나타나는 아이들도 있지만 입속에 나타나는 아이들도 있어요. 3일 이후로 조금씩 나아질 거에요

선생님의 진단을 듣는 내내 아이의 고통 섞인 울음에 나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항바이러스제와 해열제를 처방받고 울다 지친 아이를 쳐다보며 자책했다. 지인이나 친지가 울 때는 마음이 아프더라도 달래줄 수 있는 이성이 최소한 있었다. 하지만 내 아이의 고통 섞인 울음은 처음 겪는 '맨탈 붕괴' 그 이상이었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면'하는 마음과 함께 아이와 보낸 시간을 되짚어보며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늦게 낳은 자식일수록 품 안에 더 둔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했다. '노산맘'이었던 나는 그런 소리를 듣기 싫어 구강기인 아이가 이것저것 입에 댈 때도 "안돼!"라는 말을 수십번 하며 아이에게 책임을 전가시켰다. 넘어져서 나를 쳐다보는 아이에게 "일어나!"라는 한마디 말로 강하게 키우는 게 좋은 육아라고 나 스스로를 칭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고통으로 온몸을 뒤트는 아이를 보며 '내가 정말 좋은 엄마였을까?'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약을 먹이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기야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라는 말을 계속 전했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앞으로 이렇게 아플 때마다 힘들어 할래? 자기 탓이 아니야. 아기는 이렇게 아프면서 면역도 생기고 더 커가는 거야" 말하며 위로했다. 남편 이전에 아빠인 그도 얼마나 힘들까. 그러나 "아빠, 아빠"라 부르는 아이를 보며 그는 일부러 힘찬 목소리로 "남자는 아픈 것도 참아낼 수 있어야 해. 빨리 낫자!"며 애써 웃음을 지으며 아이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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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잠든 사이 인터넷을 통해 '수족구'를 공부했다. (사진:박제스민)


약을 먹고 잠든 아이를 보며 인터넷으로 수족구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많은 블로그 속에는 수족구를 겪은 아기들의 증상과 상태 등을 글로 공유하는 엄마가 많았다. 그들의 글을 보며 나는 아이가 먹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구강 스프레이나 수족구에 좋은 음식들을 노트에 적어가며 며칠간 병과 싸우는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손자가 아프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온 외할머니는 "너도 다 이렇게 아프면서 컸었다"며 눈이 퉁퉁 부은 나를 위로했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아이 옆에서 밥조차 먹을 수 없던 나는 엄마 덕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을 먹으며 울컥했다. 늘 옆에 있었기에 당연시했던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겠지...라는 생각에 엄마에 대한 고마움이 새삼 느꼈졌다.

밤새 입안이 아파 잠도 못자고 못 먹었던 아이는 삼일째 되는 날부터 열이 내리고 조금씩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며 새로운 말을 뱉어냈다. “ 냠냠냠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오며 냠냠냠냠을 따라 말했다.

육아는 엄마에게 또 다른 공부의 시작인 것같다. 초보엄마로서 하나씩 배우고 하나씩 깨우쳐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본다.

오늘도 나를 보며 웃는 아이에게 맘 속으로 이야기한다. ‘아기야,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나자!’.

박제스민 violethu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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