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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령 박사, "말의 힘이 지배하는 스마트 파워 시대 도래"
24일 DYB최선빌딩에서 열린 학부모 초청 특강서 '말의 힘' 강조
[헤럴드분당판교=황정섭 기자]"말의 힘이 지배하는 스마트 파워 시대가 도래했다"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이어령 박사는 24일 서울 송파구 DYB최선빌딩에서 열린 학부모 초청 특강 '말의 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박사는 "힘의 역사가 군사력과 경제력에 이어 언력(言力)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언력, 즉 말의 힘은 타인과 공감하며 감동을 주는 문화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배로 따지자면 군함과 상선에 이어 유람선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말춤을 비롯해 전세계에 퍼진 '한류'가 대표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80대의 노학자로서 특유의 융복합적 사고와 기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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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이어령 박사가 24일 DYB최선빌딩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말의 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언어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아이들에게 언어를 잘 가르치는 게 가장 큰 유산"
말의 힘에 대해 이 박사는 클레오파트라와 '안네의 일기'의 예를 들었다.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를 비롯한 당대 절대권력자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것은 미모가 아니라 '말'이라는 주장이다. 클레오파트라가 그리스어, 라틴어, 아랍어 등 7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남의 마음을 꿰뚫는 화술로 치명적 매력을 발산했다는 것이다. 또, 안네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나치 치하의 생활을 일기에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이러한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후대에 남겼다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말의 힘이 큰 만큼 이를 소통의 도구로 잘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분쟁의 도구로 더 많이 쓰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민주주의 사회의 키워드인 '여론(輿論)'의 뜻을 설명하면서 "여(輿)는 가마를 탄 사람이 아니라 가마를 끄는 사람, 즉 피지배계층을 지칭한다"고 말하고, "오피니언 리더가 이들의 말[의견]을 잘 조정, 융화하고 발전시켜야 가마가 뒤집혀지지 않고 제대로 가는 법"이라고 비유했다.

이 박사는 "이러한 의미에서 가시가 돋친 말보다는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주는 말이 필요한 때"라며 "생각은 언어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사상'을 가르쳐야 교양있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김소월의 시 '가는길'의 첫 구절 '그립다/말을 할까/하니 그리워'를 인용해 "이처럼 말이라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한다"며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언어를 가르치고 보여주는 게 가장 큰 유산이라는 결론이다.

이날 강연은 최근 DYB최선어학원 송파캠퍼스가 새 건물로 이전하면서 학부모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개최한 인문특강의 일환이다. 오는 25일에는 이기동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교수의 '따뜻한 마음과 자녀교육', 29일에는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의 '우리 아이 미래 어떻게 준비할까'라는 주제로 특강이 이어진다.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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