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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별의 초보엄마]①판교와의 만남
[헤럴드분당판교]헤럴드분당판교는 분당구 삼평동에 거주하는 초보엄마의 글을 연재한다. 필자 박제스민은 SBS 구성작가와 영어어학원 원장 출신으로, 분당판교 지역의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하게 된 에피소드와 육아정보를 엄마의 필치로 풀어나갈 예정이다. 참고로 제목의 '판교별'은 생텍쥐페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어린왕자가 자기 별을 떠나 새로운 별을 경험한다는 데에 착안해 필자가 직접 지었다. (편집자 주)

◇판교와의 만남, 그리고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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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가 판교테크노벨리로 이전하면서 정착하게 된 판교. 친구 하나 없이 이곳에 이사를 온 후 퇴근할 남편만을 기다리던 무료한 삶을 지내던 나에게 판교는 '새로운 별'과 같았다. 그리고 새로운 별은 결혼 10년만에 새 생명이라는 축복을 선물했다.

40여년을 살아 왔고, 서울 강남에서 15년 이상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나. 나름의 자신감과 경력들로 무장했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에는 너무나 무지해 각종 육아 책으로도 풀지 못할 숙제들을 짊어지게 됐다.

한 달에 한 번 병원 검진은 나의 신체변화를 알려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왜 새벽에 라면이 땡기는 거지? 왜 왼쪽 배가 더 큰 거 같지?' 하루 종일 몸의 변화를 궁금해 하며, 컴퓨터와 별 친하지 않은 내가 조금씩 인터넷을 통해 출산 준비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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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평동 호반써밋플레이스 3층에 마련된 북카페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 박제스민)


이렇게 지내다가 이 지역에도 나 같은 엄마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지역 커뮤니티를 검색했다. 여기에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좋은 전우가 되어 준 그녀들을 만났다. 그녀들은 임산부라면 모두 접해보았을 맘스홀릭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엄마들이다. 나처럼 임신한 엄마들이 정보를 공유하다가 모임이 생기게 되고, 이들과 나는 번개로 참석하게 됐다.

번개모임은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노래 가사처럼 갑자기 만나게 되는 그런 만남이 아니었다. 분당판교에서 아기를 가진 엄마들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쪽지를 주고 받다가 장시간에 걸쳐 밴드를 만들고 충분히 시간을 가진 후에야 이루어졌다.

정말 신기한 건 아줌마로 구성된 이들이 웬만한 카운셀러보다 훌륭하다는 점이었다. 시댁 그리고 친정과의 크고 작은 갈등, 맞벌이 부부의 서러움, 동네 주민과의 불화, 전세 값을 올리려는 집주인 등 많은 고민들이 다양한 조언 속에서 해결됐다.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생각들이 웬만한 책보다 더 재미있고 솔직하게 쏟아졌다. 평범한 아줌마가 아니라 각자 독특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작가이자 상담가였다.

어려운 말과 정보로 누군가에게 뭘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솔직한 표현과 더불어 "힘들지? 모두 힘내자!라는 말로 판교라는 새로운 지역에서 힘을 얻고 친구들을 얻었다.

흔히들 말한다.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나 역시 판교에 이사 온 초기에는 두려움 속에서 꼭꼭 마음을 닫아두고 살았다. 하지만 아이를 갖고 이곳에서 많을 걸 배웠다. 아직도 세상엔 따뜻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딸이란 이름에서 누군가의 아내란 이름으로, 이젠 누군가의 엄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판교별'에 정착한 나. 초보엄마로서, 또 한 여자로서, 판교에서 일어난 일상을 공유하고자 펜을 들었다. 판교 어딘가에서 유모차를 끌고 장바구니를 든 채 지나가는 판교별의 초보엄마가 독자들의 편한 이야기꾼이 되길 소망해본다.

박제스민 violethu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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