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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과 보드게임, 그 경쟁과 협력의 역사
[헤럴드분당판교=김미라 교육부장]최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그 승패를 떠나 여러 화제거리를 양산했다. 한국만이 아니라 유투브의 실시간 중계를 통해 전 세계도 이 대국을 주시했다. 이 대결을 인간의 오리지널티에 대한 인공지능의 도전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 개발을 주도했던 머레이 캠벨 박사는 "더 이상 보드게임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기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의 김성일 과장도 "인공지능은 이제 대부분의 전통적 보드게임을 정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보드게임이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인공지능 발전사는 보드게임 도전사...알파고 개발자 하사비스는 보드게임광
실제로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보드게임 광이라 불려질 정도였다. 13세에 체스 마스터가 되었고, 14세 이하 체스 경기에서는 세계 2위까지 차지했다. 천재 과학자들의 일상의 다룬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에서는 여러 보드게임이 소재로 등장한다. 젠가, 모노폴리, 카탄 등 한국에서도 익숙한 것부터 생소하고 복잡한 것까지 보드게임을 하는 일상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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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의 한 장면. 보드게임 젠가를 소재로 등장시켰다.(사진: 코리아보드게임즈)


인공지능은 이 연구를 시작했던 1950년 대부터 보드게임에 도전해 왔다. 특히 체스와 체커는 인공지능 과학자들의 주요 연구대상이었다. 거의 반세기가 지난 1994년, 마침내 인공지능이 체커 대회에서 인간을 제치고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곧이어 1997년에는 딥 블루가 체스를 정복했다. 이후 인공지능은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 동양의 보드게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3년 일본에서는 장기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전히 압도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바둑마저 정복한 것이다.

◇코딩을 가르치기 위한 보드게임으로 진화...로보터틀, 코드 마스터가 대표적
이제 보드게임은 인공지능이 도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코딩을 가르치기 위한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구글 자회사 출신의 프로그래머 댄 샤피로는 2년 전 어린이가 코딩의 기초를 배울 수 있도록 '로보터틀'이라는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이를 제작해 화제가 됐다. 로보터틀은 미국의 유명 클라우드 펀드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목표금액 2만 5,0000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63만 1,230달러를 모았다.

이 외에도 코딩을 보드게임으로 가르친다는 발상은 여러 개발자의 손으로 구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코딩 교육용 게임인 '코드 마스터'도 그 중 하나다. 두 보드게임을 비교하면, 로보터틀은 코딩의 원리와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게임이고, 코드 마스터는 로직에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력과 비슷해지기 위해 보드게임과 경쟁한 일과, 어린이에게 프로그래밍을 이해시키기 위해 보드게임을 사용하는 현상은 인공지능 IT기술과 보드게임이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 과장은 "인공지능에게 인간을 이해시키기 위해, 어린이에게 인공지능을 이해시키기 위해 보드게임이라는 훌륭한 통역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b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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