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분당판교=김남희 객원기자]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동을 먹을 때면, 일본의 작가 구리 료헤이의 소설 '우동 한 그릇'이 떠오른다. 소설 속 우동 한 그릇은 삭막한 현실에서 꼭 필요한 배려와 감동을 준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우동이 절실해진다. 그래서, 우동 생각이 간절한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뜨끈하고 진한 우동국물과 탱글탱글한 면발을 자랑하는 분당의 우동 맛집을 소개한다.

◇수타 우동 전문점_겐


우동 면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밀가루와 소금, 물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간단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우동 면이지만, 직접 제면을 하는 식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동 면발을 만들려면 많은 인건비와 세심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면은 정확한 비율과 알맞은 숙성도가 필수이기 때문에 주방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밀가루와 물의 양,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비율로는 쫄깃한 면을 만들 수 없다. 진짜배기 우동 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기술, 정성이 들어가야만 한다.

분당구 야탑로 근방에는 진짜배기 우동을 판매하는 우동 전문점 ‘겐’이 있다. 2대에 거쳐 운영하고 있는 겐은 우동 한 그릇에 공력을 담았다. 재료는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일본제품이 아닌 국내산만 사용한다. 우동면은 식당에서 직접 만든다. 그래서 이곳의 우동은 항상 면발을 먼저 맛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면이 찰기가 있고 매끈하다.

겐은 '선주문 후조리'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아직 일행이 오지 않은 손님이 주문하면, 일행이 몇 분 후 가게를 방문하는지까지 확인한다. 최고의 우동을 제공하기 위한 신념이 담긴 모습이다.

뜨끈한 국물을 원한다면 치쿠와나 덴푸라 우동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면발을 오롯이 즐기고 싶을 땐 붓카케나 자루우동을 추천한다. 부드럽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 면과 쯔유의 깊은 맛을 자랑하는 자루우동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별미다. 면발이 얼음 위에서 저온으로 유지돼 탱탱함과 쫄깃함이 한층 강조된다. 육수와 소스, 튀김을 수작업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고로케, 가라아게 등 사이드 메뉴를 곁들이는 것도 추천한다.

▷ 031-704-5545
▷ 치쿠와 우동 8,000원, 자루우동 8,000원, 소고기붓카케 1만500원, 카레우동 9,000원, 감자야채고로케 4,000원

◇진한 국물 맛_면통단


성남시청 뒤쪽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면통단. 외곽에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음알음 찾아온다는 우동 맛집으로 유명하다. 서울 청담동 유명 일식레스토랑의 실력파 요리사였던 남경표 셰프가 새로이 운영하는 가게다. 원목으로 꾸민 내부와 곳곳에 놓인 장식물은 일식당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면통단은 면으로 통하는 단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의미에 걸맞게 다양한 우동 메뉴들이 메뉴판을 채우고 있다. 면 요리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앞서 소개한 ‘겐’은 면발이 맛의 포인트라면, 면통단은 육수가 포인트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국물과 비슷해 보이지만 과하지 않은 깊고 깔끔한 맛이 있다.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한 국물 육수는 천연재료로 우려낸다. 육수에는 건표고, 다시마, 가다랑어포, 디포리, 멸치, 무, 파 등이 들어간다. 정성 들인 육수로 만든 우동 국물은 꽤 중독성이 있다.

기본 메뉴인 면통단 우동은 고소한 민물새우 야채 튀김, 미역, 다시마, 표고버섯을 고명으로 얹어낸다. 이 우동은 시작과 끝의 국물 맛이 다르다. 우동 속에 있는 표고버섯과 민물새우 야채튀김 때문에 국물 맛이 시간이 갈수록 조화롭다. 표고버섯의 향긋하고 은은한 감칠맛과 튀김의 기름진 맛이 국물과 조화를 이뤄 한층 깊은 풍미를 낸다. 식당에서는 면통단 우동 외에도 8가지가 넘는 다양한 우동을 경험할 수 있다.

▷ 031-755-1222
▷ 면통단 우동 6,500원, 치킨 카레 우동 7,000원, 자루우동 6,000원, 쇠고기 우동 9,000원, 오뎅 우동 7,000원, 크림 우동 9,000원, 함박스테이크 9,000원, 유부초밥(2개) 2,000원

영양사 ro88s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