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중국이다. 지난 2006년 CIS로 나스닥 상장까지 했던 픽셀플러스는 경쟁사가 난립하고 국내 고객사도 잃으면서 실적 악화로 상장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재기에 성공한 건 보안카메라용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널리 쓰였기 때문이다. 중국 종합 전자부품업체 BYD 관계자는 “픽셀플러스 CIS가 거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전세계 보안카메라 생산 업체가 몰려 있는 중국에서 1위를 했다는 건 세계 시장 1위”라고 설명했다.
동운아나텍 역시 지난 몇 년 전부터 중국 시장을 공략, 유수 스마트폰 업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김동철 동운아나텍 사장은 “몇 년간 중국 업체들을 찾아 다니면서 영업망을 구축해 국내 스마트폰 시황과 무관하게 사업을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트 제조업 중심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중국 공략에 성공한 업체들이 가시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종전과 다른 점은 가격 경쟁을 위해 저가 제품만 내놓는 게 아니라 가장 적합한 제품을 시의 적절하게 출시하는데 있다.
넥스트칩은 지난해 중국 매출 비중이 45%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한데 이어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 매출 증가세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CCTV가 기존 동축케이블 방식에서 랜선을 이용하는 IP(인터넷프로토콜) 카메라방식으로 변하는 과도기에 케이블 교체 없이 IP카메라를 동축케이블망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했다.
크루셜텍의 지문인식모듈 '바이오 트랙패드' (출처: 크루셜텍 홈페이지)
크루셜텍은 주력 제품이던 옵티컬트랙패드 주요 고객사인 블랙베리가 모바일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지난 몇 년간 적자를 냈다. 신사업으로 추진한 지문인식모듈을 국내 스마트폰 대기업이 자체 생산하면서 또 한번 난관에 봉착했다. 그렇지만 몇 년간 중국 스마트폰 업계에 영업한 결과 개발한 제품을 곧바로 화웨이 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공급할 수 있었다.
IT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경기가 좋지 않지만 그나마 중국 시장에 안착한 업체들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 시장을 역으로 공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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