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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사를 통한 글쓰기 훈련, 그리고 마음 수련
‘분당필사모임’의 이문연 씨를 만나다
[헤럴드 분당판교=신민섭 인턴기자(서울대)]책을 한 자 한 자 베끼는 행위인 필사(筆寫)는 현대사회의 숨 가쁜 흐름을 거스른다. 과거 인쇄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 기록을 보존·복제하기 위해 행해졌던 필사는 오늘날 마음안정, 필력 향상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한 일종의 여가활동이 됐다. 이러한 필사에 대해 소설가 조정래 씨는 “열독 중의 열독”이라 표현한 바 있으며, 그의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한 독자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연합뉴스〉, ‘조정래, ‘태백산맥’ 필사 기증자에게 감사패’, 2014년 3월 30일).

얼마 전 필사를 함께 하는 모임이 분당에 생겼다. ‘분당필사모임’은 매주 1회 서현역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필사모임을 진행한다. 모임을 만든 이문연 씨를 만나보았다.


▶‘분당필사모임’을 만든 계기는?
현재 스타일 코칭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이에 관한 책을 낸 적이 있고 이후에도 계속 글을 쓰고 싶은데, 훈련을 해야지만 만족스런 글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혼자보다는 함께 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모임을 만들게 됐다.

▶모임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
스터디카페에서 일주일에 한 번 진행된다. 2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총 4차례 실시됐다. 처음에는 두 분이, 2회랑 3회 때는 각각 한 분이 참여했었다. 글쓰기에 관심 있거나, 필사에 ‘꽂힌’ 분들이었다. 그 중 한 분은 모임 외에 집에서도 필사를 한다고 했다. 그때그때 신청을 받기에 참여자는 계속 바뀐다. 신청은 블로그와 페이스북, 그리고 ‘집밥’(모임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소셜플랫폼)을 통해서 받고 있다.

모임은 자기소개 및 참여계기를 서로 이야기 한 후, 필사와 자유 글쓰기를 각각 1시간 정도 진행하는 순으로 이루어진다. 순수하게 자기 훈련을 위한 성격의 모임이기에, ▲자유롭게 쓰기 ▲서로 평가하지 않기 ▲기꺼이 즐기기라는 규칙을 만들어 놓았다. 글을 쓴 후 이를 참여자 본인이 곱씹고 집으로 가져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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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문연


▶어떻게 필사를 시작하게 됐나?
예전엔 블로그에 편한 형식으로 글을 쓰곤 했다. 그러다 글쓰기 강좌를 듣게 됐는데, 강좌에서 말하길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사가 좋은 훈련 중 하나라고 하더라. 이후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훈련이 필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2년부터 조금씩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책을 준비할 때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필사를 시작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필사를 하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다. 책을 눈으로 한 번, 그리고 쓰면서 속으로 한 번 더 읽다보니 집중이 잘되고, 수련하는 느낌도 든다. 내용도 머릿속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다.

본래 글 쓰는 스타일이 딱딱해서, 소설책을 필사하며 이를 바꾸고 싶었다. 필사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단언할 순 없겠지만, 책을 많이 읽고 필사도 하다 보니 블로그에 글을 쓰던 이전에 비해 확실히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졌다.
charliesnoopy@heraldcorp.com

필사 추천도서
헤럴드 분당판교는 최근 필사 트렌드를 감안하여 필사 추천도서 몇 가지를 소개한다. 한국의 현대 단편소설로서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했다.-편집자

△ 김승옥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예리한 관찰력, 직관적 감수성
△ 김애란 '너의 여름은 어떠니'-속도감 있는 간결한 문장, 신세대 정서
△ 오정희 '불의 강'-섬뜩할 정도의 섬세함, 탁월한 심리 묘사
△ 황석영 '삼포 가는 길'-맛깔나는 입담, 치밀한 구성
△ 황순원 '소나기'-풋풋한 감성, 그냥 아름다운 문체
(이상 작가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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