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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 한 송이의 여유
정자동 꽃집 ‘레이첼’ 이영미 사장의 꽃 이야기
[헤럴드 분당판교=이혜옥 기자]정자동 카페거리 안쪽에 15평 남짓 작은 꽃집 ‘레이첼(Rachel)이 있다. 이영미 사장은 “한동안 미드(미국 드라마) ‘프랜즈’에 푹 빠져 있었다”면서 특히 여주인공의 성격과 생활방식이 좋았는데 그 이름이 레이첼이었다”고 말했다.

이 꽃집이 특별한 이유는 많다. 일단 가게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예쁜 소품들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나 하나 주인의 안목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모든 소품은 이 사장의 손 끝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플로리스트인 이 사장은 결혼 전 프랑스 에스모드에서 의상을 전공했다. 결혼 이후 모든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평범하게 생활하던 중 사춘기를 심하게 앓던 아들과 전쟁을 치루면서 뭔가 자신의 에너지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사장은 서슴없이 가방을 챙겨 들고 아들 곁을 훌쩍 떠나 영국 런던으로 건너갔다. 6개월간 전문 플로리스트 과정을 밟으면서 꽃과의 연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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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이 제일 좋아하는 꽃은 작약이다. 그래도 이 사장은 꽃보다 그린 즉 이파리 종류를 더 좋아한다. 꽃에서 느끼지 못하는 생명력, 생동감, 그리고 광활함 같은 것이 멋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장의 꽃꽂이에는 유난히 이파리가 많다.

이 사장의 감성을 담은 수업은 취미반(hobby class), 기초반(basic class), 전문가반(professional class)로 나뉘어 각각 주 1회 이론과 실기를 병행한다. 수강생들에게 획일적인 방식으로 가르치기보다는 개인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보통 꽃가게 주인들이 1주일에 한번 정도 꽃시장에 들르는 데 반해 이 사장은 4~5회 들른다. 그래서 이곳은 언제나 유난히 싱싱하고 탐스러운 생화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매일 아침 가게에 나오자마자 이 사장의 손과 발은 바빠진다. “저는 밥을 못 먹어도 꽃들에게 물 먹이고 손질을 해주다 보면 오전이 훌쩍 넘어 버린다”면서 싫지 않은 표정을 나타냈다. 가게 입구부터 늘어선 예쁜 화기에서 이 사장이 직접 말려 만든 리스와 소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을 특별한 날 주고 받는 꽃다발로 생각한다”며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도 항상 꽃을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정서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꽃이 아니더라도 예쁜 컵에 꽃 한 송이라도 꽃아 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로부터 출발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hyelee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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